83만 가구 공급을 골자로 하는 2ㆍ4 대책이 발표된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파트값은 여전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대통령까지 지원 사격에 나선 ‘특단의 대책’에 매매시장 분위기는 다소 가라앉은 듯하지만 집값 안정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신규 택지 선정 등 후속 대책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시장이 공급 규모를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정책 실행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 봄 이사철을 거치며 전세·매매가격이 다시 요동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 주와 같은 0.08% 상승률을 보였다. 2.4대책 직전 0.1% 오른 것을 감안하면 상승세가 한풀 꺾인 느낌이다. 이 기간 경기지역도 0.47%→0.42%, 전국 집값도 0.28%→0.25%로 상승폭이 둔화됐다.
매매수급지수도 진정세다. 2.4대책 직전 114.9(전국)였던 이 지수는 지난주 114.2를 기록했다. 서울도 110.6에서 109.8로 떨어졌다. 시장에선 ‘일단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셋값도 서울(0.7%)ㆍ경기지역(0.21%) 모두 꺾였다. 전국적으로는 0.19% 오르며 2.4대책 직전 대비 0.05%포인트(P) 내려앉았다.
매매 거래량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는 1765건으로 1월(5707건) 대비 70% 급감했다.
정부가 집값 고삐를 이처럼 죄었는데도 전세·매매시장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당장 이 '역대급' 물량을 체감할 수 없어서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대규모 공급 계획에 수요층 불안심리는 다소 해소되겠지만 실제 공급까지의 시차를 감안하면 즉각적인 안정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경기도 아파트값만 봐도 상승세가 한풀 꺾인 건 맞지만 매주 0.4%가 넘는 높은 상승폭을 유지하고 있다. 수요가 여전히 뒷받침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주 인천의 아파트값 상승폭도 0.34%에서 0.39%로 확대됐다.
실효성 논란도 진행형이다. 정부는 2.4대책 관련 입법에 속도를 내고 경기 광명ㆍ시흥지구 등 1차 신규 택지까지 발표하며 10만 가구 공급을 확정했지만, 애초에 83만 가구 공급 기저에 '공공성'이 깔려 있어 민간의 사업 의지를 끌어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하다. '83만호=허수'라는 논란이 지속되는 이유다. 광명·시흥지구와 관련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까지 불거져 정부의 6번째 3기 신도시 조성이 뿌리채 흔들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관심은 과연 집값·전셋값이 잡힐 것이냐에 쏠려 있다. 전문가들은 2.4대책 여파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다소 꺾였지만 그렇다고 하락하고 있는 건 아니다"라며 "다만 서울시장 선거와 봄 이사철,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등을 앞두고 있는 만큼 시장 흐름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차 수도권 신규 택지 입지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광명·시흥지구보다 입지가 떨어지는 곳이 확정되면 신규 택지 공급에 대한 기대감이 꺼지면서 수도권 내 집 마련 움직임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2ㆍ4대책 실행 속도도 집값을 잡을 열쇠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ㆍ4대책은 조합의 의사 결정을 지나치게 제한해 조합들이 대책 핵심인 '공공 직접 시행 정비사업'을 '공공재개발'(공공 참여형 재개발) 다음의 차선책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며 "사업 속도를 내고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선 이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