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 닛산 전 회장 탈출 도운 미국인, 일본에 인도

입력 2021-03-02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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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무부, 범죄인 인도 결정
2019년 12월 곤 전 회장 오디오 상자에 넣어 탈출시켜

▲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이 지난해 9월 29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베이루트/AP연합뉴스

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의 일본 탈출을 도운 미국인 부자(父子)가 체포된 지 9개월 만에 일본으로 보내져 재판을 받게 됐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사법당국은 이날 미군 특수부대 출신 마이클 테일러와 그의 아들 피터 테일러의 신병을 일본에 넘겼다. 테일러 부자는 일본에서 재판을 받게 되면 3년 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테일러 부자는 2019년 12월 곤 전 회장을 일본에서 탈출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곤 전 회장은 횡령과 배임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었지만, 일본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지 않은 레바논으로 탈출했다. 마이클 테일러는 곤 전 회장을 오디오 장비 상자에 넣고 터키행 전세기에 무사히 오를 수 있도록 도왔다.

테일러 부자가 곤 전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은 130만 달러(약 14억6380만 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마이클 테일러는 일본 탈출을 도운 혐의로 돈을 받은 적이 없다며 “나는 그 사람과 연락도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테일러 부자는 지난해 5월 미국 당국에 체포됐다. 이후 일본은 두 사람의 인도를 요청했지만, 테일러 부자는 일본 검찰이 부당하게 자신들을 기소한 것이라며 일본에서 재판받는 것을 거부했다. 테일러 부자의 변호인 측은 일본 사법당국이 신체적, 정신적 고문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마이클 테일러는 인도를 피하고자 로비스트를 고용하는 등 대규모 법무팀을 꾸렸다. 지난해 9월 법원이 일본 인도 결정을 내린 뒤 국무부의 최종 결정 전 테일러는 자신의 법무팀에 최소 13만 달러를 투입하며 결정을 뒤집으려 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마이클 테일러는 자신이 일본에서 재판을 받을 이유가 없다며 “내가 복무했던 정부에 배신당했다. 선출직 공무원들은 참전 용사에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일본에서 무죄 판결을 받더라도 미국으로 돌아오지 않겠다”며 “이런 나라의 군대에서 복무한 것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의 변호사인 폴 켈리는 성명을 내고 “참전용사들이 자국에서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는 모든 이들에게 슬픈 날”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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