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백남준아트센터 첫 기획전 '전술들'

입력 2021-02-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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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와 전쟁 속 지친 마음 치료하는 예술 될 것"

▲박승원 '장황한 대화'. (사진제공=백남준아트센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우리 일상까지 침범하면서 인류는 전대미문의 팬데믹을 겪고 있다. 개인과 공동체는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불평등, 디지털 감시, 가짜 뉴스, 폭력 등에 대한 새로운 생존 전술, 저항 전술을 모색해야 할 때다.

구민자, 로레 프로보·요나스 스탈, 송민정, 전소정, 요한나 빌링, 배드 뉴 데이즈, 박선민, 박승원 등 국내외 작가 13명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생존하고 저항하는 전술을 비디오·설치 작품으로 담아냈다.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는 25일부터 첫 번째 기획전 '전술들'을 시작했다.

'전술'은 프랑스 역사학자 미셸 드 세르토의 개념이다. 공고화된 권력에 소외된 타자들이 저항하는 일상의 실천 방식, '주체의 수행성'에 대한 논의를 말한다. 전시는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배려, 자연과 사물과 인류가 공존할 수 있는 삶의 전술, 예술의 전술을 고민하게 한다.

전시장 입구엔 퍼포먼스 비디오가 상영되고 있다. 요한나 빌링의 작품 '보라'는 스웨덴 옌셰핑 근교 로슬렛의 '믹스 댄서'라는 댄스 커뮤니티와 요한나 빌링이 공공적인 안무의 가능성을 실험한 작품이다.

▲요한나 빌링 '보라'. (사진제공=백남준아트센터)

이 퍼포먼스는 믹스 댄서라는 자원봉사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지역 여성 커뮤니티의 여전히 불안정한 운영 상황의 '연약함'과, 12년간 운영됐고 주요한 지역 커뮤니티로 주목받는 믹스 댄서의 지속적인 운영과 세대교체에 대한 기대가 교차해 있다. 지역 커뮤니티와 건축, 댄스, 그리고 세대에 대한 이야기가 결합된 공공의 안무가 행해진다.

로레 프로보·요나스 스탈의 '모호한 연합들'은 나뭇가지와 새, 식물이 어우러진 문을 지나면 만나는 공간에서 펼쳐진다. 여러 파편화된 타자들이 나열된 이곳에서 오징어 먹물이 범벅된 끈적한 바닥을 밟으면 '우리는 당신과 함께 한다'라는 피켓의 글씨가 속삭이듯 들린다.

박선민의 비디오 작품 '모든 떨리는 것에 대한2'와 '모든 떨리는 것에 대한 3'가 내세운 전술은 '고요한 응시'다.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경험을 제시하는 작가는 고요하게 응시함으로써 내면을 만나는 길로 관객을 인도한다.

▲배드 뉴 데이즈 '흐름과 막힘'. (사진제공=백남준아트센터)

전소정의 비디오 작품 '광인들의 배'는 거리의 주변인인 스케이트 보더의 항해를 담고 있다. 그가 거리를 가로지르는 모습은 어두운 몸짓으로 번역된다. 배드 뉴 데이즈의 '흐름과 막힘'도 새로운 여정을 보여주는데, 노동자들의 역사적 여정을 현재에 다시 되짚음으로써 국가가 구축한 도시의 '전략'과 '체계'를 노동자들의 동선으로 재편한다.

이외에도 박승원은 앵무새 장난감 앞에서 사무엘 베케트의 소설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는 비디오 작품 '장황한 대화'를, 구민자는 설치 작품 '~라고 치자', 송민정은 비디오 작품 '악사라 마야' 등을 선보인다.

▲박선민 '모든 떨리는 것에 대한 2'. (사진제공=백남준아트센터)

김성은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전 지구적인 감염병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내고 있으며, 그 안에서 예술이 할 수 없는 일,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며 "재난의 시대에 지친 마음을 치유하고 위로하는 것이 예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바이러스와의 전쟁 속에서 우리가 간과했던 것과 심각해진 것을 예술을 통해 각성하는 것도 필요하다"면서 "공포와 두려움, 폐쇄, 고립, 분노와 혐오 등의 문제를 돌아보고 다시 공존과 공동체의 의미를 되새겨보기 위한 전시가 될 것"이라고 했다.

6월 3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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