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말레이 고무장갑 업계, 백신 보급에 주가 ‘급락’

입력 2021-02-2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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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1위 탑글로브, 3개월간 주가 20% 빠져
슈퍼맥스·하탈레가·코산 등 4대 업체 기업가치 50억 달러 증발

▲세계 최대 고무장갑 제조업체인 말레이시아 탑글로브의 주가 추이. 한국시간 오후 4시 30분 기준 5.29링깃. 출처 마켓워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던 말레이시아 고무장갑 업계가 최근 백신 보급의 영향으로 급격한 주가 하락을 겪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의료용 장갑 제조업체인 말레이시아의 탑글로브는 최근 3개월간 주가가 20% 이상 급락했다. 말레이시아증시에서 탑글로브의 주가는 한국시간으로 오후 4시 30분 전 거래일 대비 6.70% 떨어진 5.29링깃을 나타내고 있다.

탑글로브는 최근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유지했으며 올해 들어 주가가 13% 빠졌다. 지난해 8월 연초 대비 주가가 480% 이상 폭등한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변화다.

세계 2위 고무장갑 제조업체인 말레이시아 슈퍼맥스 역시 주가 하락을 면치 못했다. 슈퍼맥스는 최근 3개월간 36% 이상 급락했다. 지난해 8월 주가가 연초 대비 1000% 넘게 뛴 것과 대조적이다.

이 밖에도 업계 4위 안에 드는 하탈레가와 코산 고무의 주가는 지난 3개월간 각각 27%와 36% 빠졌다. 탑글로브와 슈퍼맥스, 하탈레가, 코산고무 등 말레이시아 4대 고무장갑업체의 기업가치는 이번 달 들어 50억 달러(약 5조5575억 원) 증발했다.

잘나가던 고무장갑 업체들의 주가 하락은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백신 공급의 영향이다. 블룸버그의 집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전 세계 95개국에서 2억1300만 회분의 백신이 접종됐다. 일일 평균 접종 횟수는 610만 회에 달한다.

말레이시아가 백신 접종 초읽기에 들어간 것은 투자 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했다. 말레이시아는 21일 화이자 백신 1차 접종 물량을 받았으며 26일부터 접종에 돌입한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화이자 외에도 러시아 스푸트니크V와 중국 시노백,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등 각종 제약업체의 백신을 확보했다. 말레이시아가 확보한 백신은 인구 수를 넘는 만큼 유학생과 불법체류자 등 외국인도 무료 접종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고무장갑 제조업체의 펀더멘털이 강력해 전망이 어둡지 않다고 낙관했다. 탑글로브는 지난해 12월 2021회계연도 1분기(2020년 9월~11월) 실적 발표에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94% 급증한 48억 링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달 초에는 50%의 기존 배당률에 20%의 배당을 추가해 총 70%의 배당률을 약속했다.

로스 카메론 노스케이프캐피탈 펀드매니저는 “투자 심리에 확실히 영향을 미치는 경제 재개 소식이 있다”면서도 “고무장갑 부문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강력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탑글로브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지속 가능한 배당 수익률을 제공한다”며 “코로나19 이전에도 고무장갑은 매력적인 투자처였고,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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