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급등에 그래픽 카드 가격도 ‘껑충’

입력 2021-02-22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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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 가격이 뛰어오르며 이를 채굴하는 데 필요한 그래픽 카드의 가격도 덩달아 날뛰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해 12월 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악셀스프링어어워드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베를린/AP뉴시스

◇비트코인 투자에 불 붙인 테슬라 = “돌이켜보면, 그것은 불가피했다.”

지난달 28일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본인의 트위터에 이 같은 말을 남겼다. 자기 소개란을 ‘#비트코인(#bitcoin)’으로 돌연 변경하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의 행보는 비트코인 시장을 말 그대로 뒤흔들었다.

테슬라도 일론 머스크에 적극 호응했다. 8일 15억 달러(약 1조 7000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구매한 것.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된 보고서를 통해 “올해 1월 추가 다각화와 현금 수익 극대화를 위한 투자 정책 업데이트”라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테슬라의 공시 직후 비트코인 가격은 15% 가까이 오른 4만4000달러 선에서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일론 머스크의 폭탄 선언에 ‘머니 무브’ 현상도 가상화폐 시장의 활황에 불을 붙였다. 수익률이 낮은 은행에서 자금이 빠져나와 증시와 부동산, 가상화폐와 같은 고위험 고수익 투자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의 비트코인 매입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호재로 작용한 셈이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가 주목을 받자 당근마켓 등에도 관련 업체들이 등장하고 있다. (사진=당근마켓 업체 소개 갈무리)

◇가상화폐 열풍에 그래픽카드 가격 ‘껑충’ = 가상화폐에 관심이 쏠리며 비트코인 채굴에 필요한 그래픽 카드의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비트코인을 얻기 위해서는 암호함수를 역산해야 한다. 잠겨 있는 암호를 푸는 과정과 유사하기 때문에 무작위 시도를 무수히 이어가야 한다. 수많은 경우의 수를 대입해야 하는 해당 연산을 수행할 그래픽 카드의 성능에 비례해 비트코인 보상이 주어진다.

흔히 채굴 효율이 좋다고 여겨지는 그래픽 카드 모델들은 엔비디아의 ‘RTX 3080’, ‘RTX 3060Ti’, ‘RTX 3070’ 등이다.

론칭 직후 699달러(약 77만 원) 전후에 판매 중이던 RTX 3080은 현재 인터넷 최저가 220만 원을 기록하고 있다. 출시 직후 399달러(약 44만 원) 안팎에서 거래되던 RTX 3060Ti도 현재 120만 원 선에서 거래 중이다.

업계에서는 2017년 가상화폐 광풍이 재연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당시 채굴 효율이 좋다고 여겨지던 ‘지포스 GTX 1050’, ‘지포스 GTX 1060’ 시리즈의 가격이 폭등하고 재고가 바닥났던 사태가 떠오른다는 것. 실시간으로 그래픽 카드의 가격이 널뛰는 만큼 컴퓨터 부품 업체에 타격을 안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도 똑같은 현상이 있었다. 이렇게 올랐다가도 어느 순간 빠지더라”라며 “(불안정성으로 인해) 타격이 있는 만큼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전했다.

컴퓨터 부품을 조립해 판매하는 한 업체 관계자도 “(채굴에 나서는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문제라 노코멘트 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로이터연합뉴스)

◇‘막아야 한다’…그래픽카드 제조사의 대응 = 가상화폐 채굴에 그래픽 카드 품귀 현상이 빚어지자 업체에서도 대응에 나섰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와 게임 수요가 느는 만큼 고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것.

엔비디아(Nvidia)는 18일(현지시간) 가상화폐 채굴이 감지되면 그래픽카드 성능을 줄이는 ‘스로틀링’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자사 그래픽카드 RTX3060으로 이더리움(ETH) 등을 채굴하는 알고리즘이 감지될 경우 효율을 50%로 낮춘다.

엔비디아는 동시에 채굴용 그래픽카드도 소개했다. NVIDIA CMP(Cryptocurrency Mining Processeor)로, 가상화폐 채굴에 최적화된 설계다.

엔비디아 관계자는 “신제품의 경우 채굴용과 게임용을 나눠서 제공하려고 한다”라며 “엔비디아에서 집중하고 있는 게이머들이 그래픽 카드를 구하기 쉽지 않은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능한 용도를 구분해 안정적으로 그래픽 카드가 공급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엔비디아는 2017년 채굴 붐에 호황을 맞았다가, 2018년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시들며 사업에 타격을 입기도 했다. 중고시장에 그래픽 카드가 대량으로 풀리며 판매가 줄었고, 주가가 30%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이어 그래픽 카드 매물을 구하지 못하는 게이머뿐 아니라, 첨단산업의 발전에 그래픽 카드의 안정적 수급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그래픽 카드는 AI나 빅데이터 등이 처리한 결과를 시각화하는 데 필요한 도구”라며 “게임뿐 아니라 첨단 분야로 불리는 영역에서 고성능의 그래픽 카드가 요구된다. 첨단 분야로 불리는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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