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달군 '퀴어 축제'…답변 피하는 후보들

입력 2021-02-2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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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도심에서 행해지는 것은 논쟁…차별은 X"
오신환·조은희, 동성애 반대하면서도 차별은 안 돼
박영선·우상호·나경원은 공식 입장 안 내놔
전문가 "중도층 놓칠 수 없으니 가만히 있는 것"

▲국민의힘 오신환(왼쪽부터), 오세훈, 나경원, 조은희 서울시장 경선후보들이 19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2차 맞수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정치권에 퀴어 축제(성 소수자 축제) 논란이 화두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금태섭 무소속 후보가 TV 토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향해 질문을 던진 후 후보들의 퀴어 축제 찬반 여부가 주목받는 모양새다. 다만 주요 후보들은 의견을 내놓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중도층의 표심을 고려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금 후보는 18일 TV 토론을 통해 안 후보에게 "시장이 되면 퀴어 퍼레이드에 나갈 생각이 있냐"고 물었다. 이에 안 후보는 "개인의 인권은 존중돼야 마땅하다"면서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답변했다. 금 후보는 "차별 없는 사회로 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해당 발언이 나온 후 정치권에선 퀴어 축제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됐다. 가장 먼저 이언주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는 "동성애를 반대할 자유가 존중돼야 한다"며 안 후보의 발언을 옹호하는 듯한 의견을 내놨다.

오세훈 후보는 22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새아침'에 출연해 "성 소수자 문제에 대해 원칙은 차별이 없어야 한다"면서도 "퀴어 축제가 서울광장 등 도심에서 행해져 논쟁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장 개인이 해도 된다 안 된다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며 입장을 유보했다.

오신환 후보는 이날 이투데이와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동성애에 반대한다"면서도 "퀴어 축제 개최를 하냐 마냐의 부분은 서울시장 권한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성 소수자가 인권과 차별을 받아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조은희 후보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조 후보는 이날 통화에서 "개인적으로 동성애에 반대한다"면서도 "UN의 입장과 똑같이 인권적 차원에서 역차별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퀴어 축제 개최에 대해선 "서울 시민들이 많이 모여서 불편함을 주는 장소는 오히려 역차별을 없앤다고 하면서 서울 시민에게 더 불편함을 주는 또 다른 역차별"이라고 주장했다.

▲박영선(왼쪽),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21일 서울 성동구 레이어57 스튜디오에서 열린 '4.7 재보궐선거 서울시장 후보자 선출 경선대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후보들이 저마다 의견을 내놓는 상황이지만 박영선·우상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나경원 국민의힘 후보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박영선·우상호 후보는 퀴어 축제와 관련한 질문을 피하는 모양새다. 나 후보 측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퀴어 축제와 관련해 아직 입장이 정해진 바가 없다"며 추후 공식 의견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부 후보가 퀴어 축제와 관련한 의견을 내놓지 않는 이유가 중도층 표심에 있다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진보라고 주장하는 쪽에 있는 사람들은 퀴어 축제를 얘기하자니 중도층이 떠나갈 것 같기에 부정적으로 얘기할 수 없다"며 "보수층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도에서 퀴어 축제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소수지만 있을 수 있다"며 "그 사람들을 놓칠 수 없으니 가만히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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