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짖지 않는 개' 인플레이션, 이번엔 정말 올까?

입력 2021-02-1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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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물가는 짖지 않는 개와 같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3년 낸 보고서에서, 사라진 인플레이션(화폐가치가 하락해 물가가 전반적으로 지속해서 상승하는 경제현상)을 이같이 표현했다.

세계 금융위기 당시 각국 정부는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시중에 엄청난 유동성을 공급했다. 제로금리와 각국의 부양책 등을 통해 돈이 쏟아졌지만 정작 물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후 저성장·저물가·저금리는 ‘세계 경제의 뉴노멀’이 됐다.

그런데 '짖지 않던 개'가 '짖을' 기미를 보이고 있다. 사라진 인플레이션의 귀환을 예상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1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 상승…미국 국채 금리,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높아

근거는 지속적으로 오르는 금리다.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 초반부터 고공행진을 하며 17일(현지시간) 장중 1.333%까지 치솟았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날 국고채 금리도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2bp(1bp=0.01%포인트) 오른 연 0.986%에 장을 마쳤으며, 10년물 금리는 연 1.862%로 1.2bp 상승했다. 채권시장에서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곧 국채의 가격 하락을 의미한다.

금리가 오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연초 소비는 정부의 부양책에 힘입어 크게 개선되고 있다. 1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5.3% 급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14일 배포한 보고서에서 최근 화물운임의 급등은 신흥시장에서 인플레이션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첫 번째 신호라고 평가했다 (EPA연합뉴스)

BoA "화물운임·원유가격·식품가격 상승 등이 인플레이션의 신호"

인플레이션의 복귀를 예상하는 이유는 더 있다. 15일(현지시간) CNBC 방송 보도에 따르면 미국 금융사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14일 배포한 보고서에서 최근 화물운임의 급등은 신흥시장에서 인플레이션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첫 번째 신호라고 평가했다. BoA는 원유 가격과 식품 가격의 상승 움직임도 지목하면서 인플레이션 위험이 평소보다 큰 만큼 위험회피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 14일 해운 관련 외신인 로드스타 등에 따르면, 컨테이너 운임은 1년 전 대비 3배 높은 수준이다.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2일 2825.75를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이어나가고 있다.

원유 가격도 지속적으로 상승 중이다. 1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1.8%(1.09달러) 오른 61.1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4월물 브렌트유도 오후 3시 45분께 배럴당 1.7%(1.08달러) 상승한 64.43달러에 거래됐다. 이 같은 국제 유가의 상승은 미국 본토를 덮친 이상 한파에 따른 원유 생산 '셧다운' 여파로 분석되고 있다.

대두, 옥수수, 밀 등 곡물 가격이 올라가면서 식품 가격 역시 상승하고 있다. 대두 가격은 1부셸(27.2㎏)당 13.72달러로 1년 전(8.93달러)보다 53.7% 급등했고, 옥수수 가격은 5.39달러로 40.7%, 소맥(밀)은 6.37달러로 16.3%, 귀리는 3.51달러로 15.4% 올랐다. 재고가 전 세계적으로 1억8000만 톤 쌓인 쌀만 4.5% 떨어졌다.

곡물 가격이 음식료품 소비자 물가에 반영되기까지는 반년여 걸리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가격이 꾸준히 올라간 탓에 이미 제품값을 올린 곳도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완화적인 통화정책 지속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는 다소 경감된 상황이다. (EPA연합뉴스)

연준 통화정책 방침 유지에 인플레이션 우려는 다소 줄어들어

인플레이션 전망에 시장이 우려하는 것은 물가 상승에 따른 통화 긴축이다. 인플레이션으로 대표되는 물가 상승과 경기 과열에 따른 문제들이 나타나게 되면, 통상적으로 중앙은행은 시중에 통화량을 인위적으로 줄여 경기를 안정시킨다.

다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완화적인 통화정책 지속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는 다소 경감된 상황이다. 연준은 17일(현지시간) 경제 회복까지는 갈 길이 멀다며 현재 수준의 통화 완화 정책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연준이 이날 공개한 지난달 26∼2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경제 여건이 현재 FOMC의 장기 목표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으며, 이러한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는 정책 기조를 계속 완화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모든 참석자는 연방 기준금리와 자산 매입 속도를 위한 위원회의 현재 설정과 성과기반 예상 전망치 유지를 지지했다"고 밝혔다.

연준은 지난해 봄 코로나19 대유행 사태 후 기준금리를 제로에 가깝게 낮추고 매달 1200억 달러 규모의 미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하는 등 시장에 돈을 풀고 있다. 완전고용과 2%의 장기 물가상승률 달성 등의 목표치에 도달할 때까지는 이러한 완화적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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