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옥죄자… 수도권으로 번진 리모델링 바람

입력 2021-02-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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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 전경. (출처=대한민국역사박물관)

경기도 '리모델링 컨설팅 시범단지' 공모에 노후단지 신청 잇따라

국토부, 내력벽 철거 여부 못 정해… 지자체 지원도 변수

정부의 재건축 규제 강화로 사업 진행이 어려워지자 리모델링으로 눈을 돌리는 수도권 노후 아파트들이 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도 컨설팅을 제공하며 리모델링 사업을 거들고 있다.

경기도는 16일까지 '공동주택 리모델링 컨설팅 시범단지'를 공모했다. 리모델링을 추진하려는 노후 아파트 단지에 사업계획 수립과 용적률ㆍ분담금 등 사업성 분석 등을 돕는 사업이다. 일선 시ㆍ군에서 검증한 주민 동의율을 바탕으로 리모델링 사업성과 필요성, 주민 의지 등을 평가해 두 개 단지를 시범단지로 선정한다.

리모델링 컨설팅받는 데만 일산ㆍ평촌 등 줄줄이 출사표
총 몇 개 단지가 공모에 응했는지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경기도 각지에서 10~20여 개 단지가 경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산과 평촌, 산본 등 1기 신도시는 물론 수원시와 용인시, 김포시 등 경기지역 대도시 노후 단지 등도 이번 사업에 뛰어들었다. 일산신도시에선 20개 가까운 단지가 이번 사업을 준비했다.

경기도는 3월경 시범단지를 선정하고 6월부터 내년 2월까지 컨설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아직 시범사업인 만큼 그 결과를 보고 추가 컨설팅이든 후속 사업이든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디.

컨설팅 사업만으로 이렇게 열기가 달아오른 건 갈수록 수도권 주요 도시에서 리모델링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안전진단 강화, 재건축 부담금 징수 등 재건축 규제를 고수하는 상황에서 리모델링은 노후 단지 주거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정부가 민간 재건축 사업에선 규제를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확인하면서 리모델링 수요는 더 확대됐다.

재건축과 비교해 리모델링은 비용도 저렴하고 안전 등 규제도 느슨한 편이다. 안전진단에서 D나 E등급을 받아야 승인받을 수 있는 재건축과 달리 리모델링은 안전진단 B등급을 맞아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노후도 기준도 준공 후 15년으로 재건축(준공 후 30년)보다 짧다.

여기에 리모델링은 기존 주택을 유지한 채로 주택을 새로 짓기 때문에 용적률 확보 부담도 적다. 1기 신도시 등에선 기존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지는 단지가 리모델링으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경기도가 '경기도 공동주택 리모델링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지원 근거를 마련한 것도 이 같은 수요에 발맞추기 위해서다. 경기도는 이 조례를 통해 이번 컨설팅 사업을 포함해 조합 설립과 안전진단, 사업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번 사업에 공모한 경기 군포시 산본세종 6단지 관계자는 "우리 아파트는 기존 용적률도 높고 안전진단 등급이 높아 재건축이 어렵다. 시에서도 재건축보다는 리모델링을 지원하고 있다"며 "이번 컨설팅을 계기로 주민 사이에서 리모델링 필요성을 환기하고 투명하게 사업을 추진하려 한다"고 말했다.

안전성 검증받아놓고도 내력벽 철거 여부 발표 미루는 국토부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정책 변수도 감안해야 한다. 가장 큰 변수는 리모델링 방법론이다. 리모델링 사업은 수직증축(꼭대기 층에 2~3층을 더 올리는 방식)과 수평증축(기존 아파트 옆에 새 건물을 덧대 짓는 방식)으로 나뉜다. 사업성만 따지면 세대 수가 더 많이 늘어나는 수직증축이 수평증축보다 유리하지만, 수직증축을 하면서 내력벽 철거를 허용하지 않으면 아파트가 앞뒤로 긴 기형적 형태가 된다.

지난해 국토교통부는 내력벽 일부를 철거해도 아파트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용역 결과를 보고받았지만 아직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와 범위를 확정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리모델링 추진 단지 사이에선 수직증축에서 수평증축으로 선회하는 등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지자체 지원을 끌어내는 것도 과제다. 일부 시ㆍ군은 '리모델링 기본계획'을 통해 세대 증가형 리모델링 목표치를 세워놓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리모델링 총량제 역할을 하고 있다.

박용선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이 활성화하기 위해선 세대수를 늘리는 게 관건이지만 안전성 문제와 규제가 걸려 있다"며 "사업 관계자와 기술 전문가, 관료가 모여 리모델링 활성화를 논의ㆍ검증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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