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부는 ‘은행 점포 정리’ 바람…3년 내 25% 사라진다

입력 2021-02-1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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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에 구조조정 가속화
코메르츠방크, 2024년까지 지점 340개 폐쇄
HSBC, 5개월간 전체 지점의 13% 문 닫을 계획

▲주요 은행의 지난해 매출 대비 지출 비중. 위쪽부터 도이체방크, 코메르츠방크, 소시에테제네랄, 크레디트스위스, BNP파리바, HSBC, 바클레이즈, 시티그룹, 유니크레디트, JP모건체이스, 인테사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유럽 대형 은행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오프라인 지점을 빠르게 폐쇄하고 있다. 그동안 투자자들은 유럽 은행들이 느리게 변화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는데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으로 구조조정이 가속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글로벌 컨설팅 업체 커니는 유럽에 있는 16만5000개 은행 지점 중 4분의 1이 3년 이내에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행은 유럽의 경제적 약점 중 하나이자 변화 속도가 가장 느린 분야로 꼽혔다. 코로나19로 상황이 급변하자 은행들도 대응에 나선 것이다.

독일 2위 은행 코메르츠방크는 11일 자국 내 직원의 3분의 1을 감원하고 오프라인 지점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24년까지 1만여 명 직원을 내보내고 지점 340개를 폐쇄한다. 독일 내 지점은 현 790개에서 450개로 줄어든다.

스페인 상위 5개 은행은 지난해 전국 지점 8%를 폐쇄했으며 올해 안에 지점 수를 더 줄이겠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스페인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오프라인 은행 지점 수가 가장 많은 국가 중 하나로, 지난해 6월 기준 10만 명 당 57.7개에 달한다. 네덜란드가 7.3개, 그리스가 20개인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많은 수준이다.

영국 은행들도 지점 폐쇄에 집중하고 있다. HSBC홀딩스는 올해 4월부터 5개월간 영국 내 82개 지점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지점의 13%에 달한다. HSBC는 “지난 5년간 오프라인 지점을 이용하는 고객이 3분의 1로 줄었고, 고객의 90%가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2위 은행 인테사상파올로는 지난해 경쟁 은행 UBI방카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1만 명 직원 감축과 수백 개의 지점 폐쇄를 예고했다. 이로 인한 연간 비용 절감 규모는 7억 유로(약 9370억 원)로 추산된다.

유럽 은행의 대규모 지점 폐쇄는 코로나19로 인해 은행 방문객이 줄어든 덕에 가능했다. 아일랜드 얼라이드아이리시뱅크(AIB)는 팬데믹 기간 지점 방문객 수가 30% 줄었다고 밝혔다. 특히 온라인 앱 사용 비중이 적었던 65세 이상 고객의 디지털 서비스 사용이 급증했다. AIB는 “지점을 폐쇄하고 1500개의 일자리를 줄여 비용을 10% 절감할 수 있다”고 전했다.

유럽 은행들은 오랫동안 매출에 비해 오프라인 지점 운영으로 인한 고정비용이 많이 든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해 독일 도이체방크의 매출에서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8%를 넘었고, 코메르츠방크의 지출 비중도 81.5%에 달한다. 크레디트스위스와 프랑스의 소시에테제네랄은 매출 가운데 지출 비중이 70%를 넘었다. 미국의 JP모건체이스가 54%, 시티그룹이 57.6%인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안드레아 엔리아 유럽중앙은행(ECB) 감독위원회 위원장은 “코로나19가 은행의 약점을 해결하는 촉매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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