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양향자 최고위원, SK하이닉스 성과급 논란에 “할 말하는 직원이 당연한 시대”

입력 2021-02-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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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최고위원 “홍남기 부총리 입장 이해하지만 당정은 하나… 아쉬운 행동”

▲당 최고위원이기도 한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반기업·반시장 정당이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양 위원은 정치가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으로 △장기주식보유자의 복수의결권 허용 △기업인에 대한 과잉 처벌 완화 △법인·상속세 개편 등을 제안했다. (사진=고이란 기자 photoeran@)

코로나가 온 세상을 바꿔놨지만 우리는 함께 했습니다.
고통의 출구는 보이지 않고 희망이 입구도 막연했지만, 이겨내고 있습니다.
몇 번의 매서운 꽃샘추위 속에서도 봄은 찾아옵니다.
이 코로나 혹한이 아무리 지독할지라도 우리는 반드시 극복해낼 것입니다.
우리를 쓰러뜨리지 못하는 것은, 우리를 더 강하게 할 뿐입니다. 국민과 함께 승리하겠습니다.
안부조차 묻는 말씀이 무색할 만큼 힘겨운 시간이지만 여러분께 다시금 인사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양향자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약속드리겠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 코로나 없는 건강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설 연휴 기간 지역구인 광주 서구을을 찾은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이같이 인사했다. 그는 “코로나로 인해서 직접 일일이 찾아뵙는 것에 한계가 있다”면서도 “그래도 찾아뵐 수 있는 분들은 방역 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며 최대한 많이 뵙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간만에 가족들과도 함께 보내며 재충전의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양 최고위원은 그동안 "민주당은 반기업·반시장 정당이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해 민주당 내 친기업 보수성향 인사로 불린다. 이투데이는 설 연휴를 앞두고 양 최고위원을 만나 다양한 견해를 직접 들었다. 그는 정치가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으로 △장기주식보유자의 복수의결권 허용 △기업인에 대한 과잉 처벌 완화 △법인·상속세 개편 등을 제안했다.

◇ 다음은 양향자 최고위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양 최고위원은 최근 장기 주식보유 주주에 대한 인센티브로 복수의결권을 허용하자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들은 ‘낙후된 기업지배구조, 이사회 독립성 부족이 문제인 한국기업의 경우 대기업 오너들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반대하고 있다. 또 ‘의결권 대결이 제약되기 때문에 대주주가 기업을 독단적으로 경영하더라도 견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게 된다’, ‘경영자가 무능하고 기업에 큰 손실을 끼쳤더라도 대주주가 반대하면 교체하기 어렵다. 경영권 승계에서 대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 등의 비판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어떠한가.

=“동의합니다. 하지만 경영자들은 투기자본이 경영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을 불안해합니다. 엄살이 아니라 실재하는 위험입니다. 부도덕과 독선 경영으로 회사를 망치는 경영자를 엄벌할 수단은 있습니다. 상법을 개정하고,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활성화한 것이 그 일환입니다. 사민주의 국가인 스웨덴이 기업가와 부자를 옹호해서 EU의 압박에도 차등의결권을 유지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투기자본의 창궐로 투자와 고용이 위축됐다는 반성이 미국과 EU 등에서 계속 나오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됩니다. 프랑스, 일본은 최근 투기자본 규제를 강화한 바 있습니다. 우리 기업의 경영 불안을 해소할 현실적 장치를 모색해야 합니다.”

-복수의결권 허용 시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고려해 요건을 엄격하게 설계해서 제한적으로, 조건을 붙여서 허용할 수 있다면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들이 있나.

=“조건부 설계 이전에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EU에서는 장기 주식보유 주주에 대한 인센티브로 복수의결권을 허용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라고 합니다. 프랑스는 이미 2년 이상 보유 주주에게 복수의결권을 부여합니다. 지금 우리도 증권시장의 안정성 제고를 위해 장기 주식 보유 시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이 논의 중입니다. 장기적 관점에서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하는 주주가 많은 기업이라면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기자본이 덤비기도 어려워질 것입니다. 보다 적극적으로는 투기자본에 대해 직접적 규제도 필요합니다. 파생상품 등 금융기법을 활용한 편법적 지분 확보를 차단하고, 이사 후보를 제안해 선임에 성공한 주주는 지분율에 관계없이 단기매매차익 반환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도 살펴봐야 합니다.”

-‘기업 기 살리기’의 일환으로 법인세 개편을 주장하셨는데 구체적인 과세표준 조정에 대한 의견이 있나.

=“조세 정책은 형평성, 재정 확충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러나, 조세 정책은 경제 정책이기도 합니다. 기업의 투자, 고용, 연구개발(R&D) 등 모든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미국, 일본을 비롯해 많은 국가가 기업 투자 촉진, 국내투자 유치를 위해 법인세를 내려온 것이 사실입니다. 지난 10년간 OECD 20개국이 세율을 내려 평균 1.9%p 낮아졌습니다. 우리는 반대였습니다. 같은 기간 3.3%p가 올라 법인세율 순위도 22위에서 이제 9위입니다. 조세 환경 면에서 경쟁력이 나빠졌습니다.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특히 법인세 최고세율인 25% 구간에 대한 견해는 어떠한가.

=“현실적으로 재정 건전성과 세수 확충 때문에 법인세를 낮추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R&D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은 대폭 강화할 수 있다고 봅니다. 미-중이 기술패권을 놓고 격렬히 충돌하는 시대입니다.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가 가진 것도 기술뿐입니다. 첨단산업의 기술 헤게모니 다툼에서, 흔들리지 않고 우리를 지키려면 기술에 다 걸어야 합니다. R&D 세액공제 과감히 늘립시다. 특혜론에 갇혀 대기업을 감면 대상에서 제외해서도 안 됩니다. 첨단산업 기술개발의 중심에 있는 대기업을 제외하는 것도 차별입니다. 구분 없이 늘려야 합니다.”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인 과잉처벌 우려가 커지면서 보다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양벌 규정’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국내 경제 법률의 형사처벌 항목 중 80%, 약 2000개에 달하는 항목은 최고경영자도 회사와 같이 형사처벌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잠재적 범죄자 취급받는다,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다는 기업가의 자조가 크게 틀린 말은 아닙니다. ‘사장님, 주 52시간 넘겨 일해 버릴까요’라는 직원 농담에 웃지도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기업가라고 법 어겨도 봐 주자는 말이 아닙니다. 최고경영자에게 법적 책임을 부과해 예방 효과를 높이자는 취지는 동의하지만, 부작용이 더 크다면 과유불급입니다. 직원 실수로 공시 누락된 걸 형사처벌하고, 신규 화학 물질 등록 안 했다고 파렴치범 수준의 5년형을 부과하는 것은 과합니다. 경영자가 악의로, 알면서도 법을 어긴다면 엄벌해야지만, 직원 하나하나 업무를 실시간으로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사업장 곳곳에 CCTV 달고 24시간 감시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의도치 않은 직원의 실수, 위법으로도 감옥에 갈지 모른다면 경영자 누구나 관리자가 되지, 도전자가 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과잉 처벌은 조정하고, 인신 구속형은 과징금과 과태료 등 경제적 제재로 바꿉시다. 경영 판단 원칙을 명시해 경영자가 최선을 다해 회사를 위해 내린 결정이 배임죄로 처벌받는 상황도 막읍시다. 위법으로 인한 피해를 성심껏 시정하고 피해 복구에 노력하면 사건을 종결하는 공정거래법상의 동의 의결 제도를 활성화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SK하이닉스 성과급 논란이 각 대기업을 중심으로 번졌는데 한 갈등에 대해 어떻게 바라봤는가. 산정기준 지표 개선 등을 위한 복안이 있나.

=“이번 논란은 성과급에 금액에 대한 불만 그 자체라기보다는 공정성과 투명함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높아진 데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봅니다. 실제 SK하이닉스의 한 중견 직원께서 이번에 최초로 성과급 기준 공개를 요구한 입사 4년 차 직원의 메일은 항의나 투쟁 성격이라기보다는 회사에 대한 애정과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예의를 갖춘 메일이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른바 구성원 행동주의가 우리나라에도 자리 잡고 있는 하나의 현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사건입니다. 과거와 달리 이제 할 말을 하는 직원들이 당연한 시대입니다. 앞으로 기업 투명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고, 근로자 인권 보호를 위한 법과 제도가 강화되면 구성원 행동주의는 빠르게 확산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일을 기점으로 구성원 행동주의와 직장 민주주의에 대한 논의를 우리 정치권과 사회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4차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홍남기 부총리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힘 싣기 발언에 대해 어떻게 보나.

=“재난지원금 등의 정책과 연결해서 대통령 워딩 하나하나에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다만 현재 상황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여전히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부총리로 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책이라는 것은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치열한 어떤 논쟁이 있어야 완성도 높은 정책이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대주주 3억 원, 공매도, 1~3차 재난지원금 때도 이견은 있었습니다. 이것을 조율해내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다만 다만 그 방식은 반드시 세련되고 정무적이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경제 수장이 당·정 회의라는 회의체를 무시하게 공개적으로 SNS에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세련되지도 정무적이지도 않았습니다. 나라의 곳간지기인 홍남기 부총리의 입장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정이 하나임을 생각하면 아쉬운 행동이었습니다.”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과 손실 보상에 대한 양향자 최고위원의 방향성을 소개해달라.

=“저는 이미 1월 4일에 신년 첫 최고위 발언에서 제2차 전 국민 재난위로금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냈습니다. 2차, 3차가 선별로 갔기 때문에 방역 상황이 좀 좋아지면 전 국민에게 위로 차원 또는 사기 진작과 소비 진작 차원에서 전 국민께 보편적으로 지원하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정략적 데이터에 근거해 분석될 결과를 놓고 재난지원금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4차 재난지원금은 경제 백신입니다. 경제 백신이기 때문에 반드시 편성해야 합니다. 절대 기준은 방역과 경제 회복 효과 두 가지를 최우선으로 해서 완성도 높게 설계하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조속히 설계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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