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정부 도입 검토"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 V', 타 백신과 다른 점은?

입력 2021-02-08 17:00수정 2021-02-0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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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것을 러시아가 확실히 검증했기를 바라지만, 그들이 과연 그렇게 했을지는 아주 의심스럽습니다.

미국 내 감염병 최고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지난해 8월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등록했다는 발표와 관련해 우려를 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세계적으로 '조롱'을 받던 러시아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가 뒤늦게 '조명'을 받고 있다. 최근 임상 시험에서 91.6%의 높은 효과를 나타냈으며, 가격과 유통 면에서도 다른 백신과 비교해 강점을 보여서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회의적인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AP/뉴시스)

세계 최초로 개발 발표했지만…효과나 안전성에 의구심 지적받아

러시아가 코로나19 백신에 이름 붙인 '스푸트니크 V'는 1957년 러시아의 전신인 소련에서 세계 최초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동반자'라는 의미의 스푸트니크는 미·소 냉전 시절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려 전 세계에 충격을 준 것처럼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발표해 '제2의 스푸트니크 쇼크'를 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회의적인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워낙 개발 기간이 짧았던 데다 임상시험을 포함한 개발 과정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효과나 안전성에 의구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 백신이라는 명성을 노린 무리수라는 조롱도 잇따랐다.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8월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요한 것은 백신 최초 개발이 아니라 미국인과 전 세계인들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갖게 하는 것"이라며 러시아가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 여부를 판단하려면 3상 임상시험에 관한 '투명한 자료'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파우치 소장도 인터뷰를 통해 "우리(미국)는 6개 이상의 백신을 보유하고 있고, 효과 없는 백신을 보급해서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위험을 무릅쓰고자 했다면 진작에 그럴 수 있었다"며 "백신 개발은 그런 방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92%에 달하는 스푸트니크 V의 예방 효과 수치는 다른 코로나19 백신과 비교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스푸트니크 V, 91.6% 예방 효과 있다" 랜싯 발표에 분위기 반전

그러나 7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최근 저명한 국제 의학 학술지 랜싯에 스푸트니크 V 백신에 대한 동료 평가 결과가 실리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임상 시험 참가 대상 2만 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91.6%의 효과를 나타낸 것이다.

2일 세계적인 의학 저널 랜싯에 게재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의 임상 3상 결과 논문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지난해 9월 7일~11월 24일 만 18세 이상 1만9866명이 참여한 임상시험이 진행됐고, 91.6%의 예방 효과를 보였다. 임상시험 참가자 가운데 4명이 사망했지만, 연구팀은 백신과는 관계가 없다고 발표했다.

92%에 달하는 스푸트니크 V의 예방 효과 수치는 다른 코로나19 백신과 비교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임상 3상에서 95%의 예방 효과를 보인 화이자와 94.1%의 효과를 나타낸 모더나, 그리고 예방 효과 약 62~70%의 아스트라제네카와 비교해 낮지 않다. 특히, 이번 임상 결과를 통해 스푸트니크 V는 화이자, 모더나에 이어 90% 이상의 효과를 가진 세계 세 번째 코로나19 백신이 됐다.

▲스푸트니크 V는 초저온 콜드체인이 필수적인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보다도 보관과 유통에 있어 강점을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영하 18도 이하, 영상 2~8도 보관·운반 가능…2회 접종에 20달러로 저렴

국내 접종 예정인 아스트라제네카·얀센 백신과 같은 '바이러스 벡터' 방식을 택하고 있는 스푸트니크 V는 초저온 콜드체인이 필수적인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보다도 보관과 유통에 있어 강점을 보인다. '콜드체인'을 구축하기 어려운 저개발 국가나 더운 나라에서 사용이 용이한 것이다.

스푸트니크 V 백신은 영하 18도 이하에서, 동결건조된 상태로는 영상 2∼8도에서 보관과 운반이 가능해 비교적 취급이 까다롭지 않은 편이다. 영하 70도 이하의 초저온 '콜드 체인'을 통해 유통해야 하는 mRNA 백신인 화이자나 영하 20도 이하 보관이 원칙인 모더나보다도 유통·보관에 용이하다.

다른 서구 국가의 백신보다 비교적 저렴하다는 점도 스푸트니크 V 백신의 강점으로 꼽힌다. 스푸트니크 V 백신은 두 번 접종에 20달러(한화 약 2만2380원)로 다른 서구 국가의 백신보다 저렴한 편이다. 총 2회 접종해야 하는 화이자 백신의 1회 접종 비용이 19.5달러(약 2만1820원), 모더나 백신의 1회 접종 비용이 15~25달러(1만6780원~2만7970원)인 것을 고려하면 가격 면에서도 우위를 보인다. 아스트라제네카보다는 가격이 비싸지만, 예방 효과에 있어선 월등히 높다.

▲정부에서도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 V의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뉴시스)

이미 각국의 러브콜 받고 있어…우리나라도 도입 검토

현재 수요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물량으로 전 세계가 백신 수급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유통과 가격, 그리고 효능 측면에서 강점을 보이는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V 백신은 이미 각국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스푸트니크 V 긴급 사용을 승인한 국가는 현재까지 19개국이다.

터키는 이번 주 스푸트니크 V를 자국에서 생산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터키는 5000만 회분의 중국 백신과 450만 회분의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을 구매하기로 계약했지만, 백신 증산을 위해 스푸트니크 V의 생산을 결정했다.

중동에서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큰 나라 가운데 하나인 이란도 지난달 말 스푸트니크 V 백신의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 이달 4일 러시아에서 1차 공급분 50만 도스(1회 접종분)를 들여온 이란은 9일부터 러시아제 백신 스푸트니크 V로 자국민에 대한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백신 부족이 심각한 남미에서도 스푸트니크 V를 앞다퉈 확보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달 스푸트니크 V 50만 회분을 확보하고 나서야 대규모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니카라과, 파라과이, 베네수엘라 등도 스푸트니크 V 백신 확보를 위해 줄을 섰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국내 바이오기업 지엘라파(자회사 한국코러스 포함)가 위탁생산을 맡고 있지만, 생산물량 전부를 해외 시장으로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스푸트니크 V 개발을 지원한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는 국내 제약사 중에서 GC녹십자(녹십자)와 추가 '위탁생산' 공급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 V의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8일 코로나19 백신의 불확실성 대응 차원에서 러시아 '스푸트니크 Ⅴ' 백신 도입 등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은경 청장은 이날 질병청 예방접종추진단 '시민참여형 특별 브리핑'에서 "러시아 스푸트니크 백신과 관련해서는 변이 바이러스라거나 공급의 이슈 이런 불확실성이 있으므로 추가 백신 확보 필요성에 대해 계속 검토는 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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