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양곤서 2007년 이후 최대 규모 시위…미야와디서 총성 울려

입력 2021-02-07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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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의 상징 '세 손가락 경례' 하며 쿠데타에 항의
군부, 인터넷 차단으로 대응

▲미얀마 양곤에서 7일(현지시간)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그림을 든 시위대가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기 위해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양곤/EPA연합뉴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틀 연속 열렸다. 만달레이와 수도 네피도 등 다른 지역에서도 시위가 진행됐다. 남동부 미야와디에서는 시위 중 총성이 들려 유혈사태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을 고조시켰다.

미국 CNN방송은 7일(현지시간) 양곤 시내에서 수만 명이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뜻으로 시위를 벌였다며 이는 2007년 샤프론 혁명 이후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샤프론 혁명은 군부의 갑작스러운 유가 인상에 대항해 불교 승려들이 중심이 돼 진행한 반정부 시위를 말한다. 당시 군부가 유혈 진압을 자행해 수백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

양곤에서는 전날에도 수천 명의 시위대가 모여 거리 행진을 벌였는데 CNN은 이날 시위가 더 크고 조직적이었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양곤대학교가 있는 흘레단에 모여 거리 행진을 진행했다. 이들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깃발을 흔들며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높이 들고 구호를 외쳤다. 세 손가락 경례란 영화 ‘헝거게임’에서 주인공이 사용한 제스처이며 독재에 반대하는 저항 정신을 상징한다. 태국 반정부 시위에서도 시민들이 세 손가락 경례를 사용했다.

시위대의 거리 행진에 시민들은 손뼉을 치며 이들을 지지했다. 차량 운전자들은 속도를 낮추고 경적을 울리며 시위대를 격려했다. 시위대는 NLD의 당 색깔인 빨간색 옷을 입거나 머리띠를 두르고 ‘우리는 군부 독재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의 투표를 인정하라’는 현수막을 들고 행진했다.

경찰은 도로 한가운데 바리케이드를 쳐 시위대의 행진을 막았다. 양곤대학교 주변에는 무장한 경찰이 배치됐으며 경찰 트럭도 눈에 띄었다. 일부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항의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양곤 외에도 제2의 도시인 만달레이와 수도 네피도 등에서 항의 시위가 발생했다. NLD 의원들이 구금된 것으로 알려진 경찰서 밖에는 전날 시위대 수백 명이 모여 밤을 새웠다.

군부는 인터넷 차단 조치로 대규모 시위에 대응했다. 글로벌 인터넷 모니터링 사이트인 넷블록스는 이날 정오 기준 미얀마의 인터넷 접속률은 평소의 14% 수준이라고 밝혔다. 일부 전화 서비스도 제한된 것으로 전해졌다. 군부는 5일 저녁에는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접속을 차단했다. 미얀마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은 4일부터 접속이 차단됐다.

한편 현지 매체 중계방송에는 이날 미얀마 남동부 미야와디 지역의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하는 장면이 담겼다. 무장 경찰이 시위대 속에 돌진하는 모습이 찍히며 총성이 들렸지만, 사상자 여부 등은 전해지지 않았다.

시위대는 전날 집회에서 무장한 경찰에 장미꽃을 달아주는 등 비폭력 시위를 이어갔다. 유엔 인권사무소는 트위터에서 “미얀마의 군부와 경찰은 평화로운 시위에 대한 권리를 존중해 시위대가 보복을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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