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국’ 외치던 미얀마, 쿠데타로 발목 잡히나

입력 2021-02-07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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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정부 일대일로 사업 축소 등 중국 의존도 낮추려 노력
미국 제재받는 군부, 중국에 기댈 가능성 커

▲미얀마의 2015~2019년 대중국 채무액 추이. 2019년 33억 달러. 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던 미얀마 정부의 계획이 군부의 쿠데타로 인해 차질을 빚게 됐다. 다시 권력을 잡은 군부가 아웅산 수치 정권의 탈중국 기조를 뒤집고 의존도를 다시 높일 수 있다고 7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전망했다.

그동안 미얀마가 중국에 의존했던 이유는 중국이 ‘일대일로’ 정책을 바탕으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해왔기 때문이다.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중국이 2013년부터 일대일로 정책의 하나로 아세안에 투자한 금액은 총 3041억 달러(약 341조6563억 원)에 달한다.

특히 미얀마와 라오스, 캄보디아는 대중국 의존도가 높다. 세 국가는 모두 연간 재정 지출의 1.6~2배에 달하는 투자금을 중국으로부터 유치했다. 미얀마 최대 도시인 양곤에서 운행되는 버스는 대부분 중국산이고, 대중국 수출입 의존도도 30%나 된다.

미얀마 군부는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 협조해왔지만, 2015년 정권이 바뀌면서 정부 기조도 바뀌었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문민정부는 대중 부채를 줄이는 데 집중해왔다. 세계은행(WB)의 조사 결과 미얀마의 대중 채무액은 2019년 말 기준 33억 달러로 2015년 말과 비교해 30% 줄었다. 라오스와 캄보디아의 대중 채무가 같은 기간 각각 72%와 34%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대외 채무에서 중국의 비중은 2015년 45%에서 2019년 30%로 떨어졌다.

문민정부는 2018년 중국이 후원하는 90억 달러 규모의 차우퓨 심해항 건설 프로젝트를 재검토해 사업 규모를 5분의 1수준으로 축소했다. 중국으로부터 빌린 건설비용을 갚지 못하면 항만 운영권이 중국에 넘어가는데, 이곳은 전략적 요충지인 것은 물론 870km 길이의 석유와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이 연결돼있다.

하지만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며 탈중국 기조에 먹구름이 낄 전망이다. 문민정부는 중국 대신 미국이나 유럽으로부터 투자를 받아왔다. 반면 군부 핵심 인사들은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다. 쿠데타로 모든 권력을 쥐게 된 민 아웅 흘라잉 군 최고사령관은 로힝야족 탄압의 책임자로 지목돼 2019년 미국 재무부의 제재 명단에 올랐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군부의 쿠데타에 대응해 대외 원조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군부의 중국 의존을 부추길 위험이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직접 성명을 내고 “진전을 거스르는 행동은 우리의 제재 법률과 권한에 대한 즉각적 재검토를 촉발한다. 적절한 조처가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제재 발효를 놓고 미국 정부의 고민이 깊다. 군부가 의존할 곳이 중국밖에 남지 않으면 문민정부가 쌓아온 탈중국 정책이 무너질 수 있다.

중국은 미국의 대응을 파악해 움직일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공산당 관계자는 “미얀마 문제를 취급하는 것은 미국에 달렸다”고 말했다. 닛케이는 미얀마를 향한 미국과 유럽의 대응이 향후 다른 아세안 회원국의 탈중국 정책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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