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경기 급속히 악화...물가는 고비 넘겼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내년도 경상수지가 상당한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기준금리 발표 후 기자설명회를 통해 "경상수지는 지난 10월 이후 흑자로 전환됐고 내년에도 상당한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다만 그는 "경제는 수출과 수입 모두 늘어나는 '확대 경제'가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어서 반갑지만은 않은 실정"이라고 우려했다.
경제전망에 대해서는 "건설투자는 말할 것도 없고 설비투자와 수출과 내수 모두 부진한 상황"이라며 "최근 국내경기가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국내 경기 둔화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 불안도 한두 달내에 진정될 것이라고 자신할 수 없기 때문에 당분간 낮은 성장률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특히 "내년도 세계 경제에 대한 전망에 대해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2년까지 여러가지 전망이 나오지만, 당분간 세계경기 침체가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수출 전망이 밝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물가 상황에 대해서는 일단 '고비'를 넘긴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물가상승 압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일단 물가는 고비를 넘긴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향후 점차 안정될 것이며 내년 하반기에는 한은이 설정한 물가 목표범위에 들어올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 총재는 특히 유동성 공급과 관련 필요한 곳에 직접 공급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유동성 공급과 관련해서 기본적으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정하고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자금조절을 하는 게 기본 원칙"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를 통해 다른 시장으로 그 효과가 잘 파급되지 못할 때는 필요한 분야를 겨냥해서 자금을 거래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근 통안채 중도매입도 했고 은행채 RP매입도 했다"면서 "일부 증권회사를 RP매매 대상기관으로 추가 선정한 것도 그럴 필요가 있을 때를 위해 (사전)장치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폭적인 금리인하에 대해서는 "채권금리나 대출금리보다 콜금리를 상당히 낮춘 것으로 시중금리 인하에 압력을 가한 것"이라면서 "시장금리 인하 압력이 잘 파급되도록 보완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다만 "유동성 함정에 빠지면 전통적인 통화정책은 아무 효력이 없다"면서 "그 수준까지는 가지 않아야 하는데, (기준금리)3%는 아직 유동성 함정에 빠진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발권력 동원에 대해서는 "발권력 동원이 쉬워 보이지만, 반드시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면서 "다만 비상사태일 때는 발권력 동원이 가능하나 그것은 법에 따라 금통위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