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약촌오거리 사건 살인 누명' 국가배상소송 항소 포기

입력 2021-02-05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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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촌오거리 살인 사건 누명 피해자 최모 씨. (뉴시스)

법무부가 2000년 발생한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범인으로 몰려 10년간 억울한 옥살이한 피해자가 제기한 국가배상소송에서 항소를 포기했다.

법무부는 5일 "피해자의 약 10년간의 억울한 옥고 생활과 가족들의 피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통감하고 피해자와 가족들의 신속한 피해 회복을 위해 항소 포기를 결정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소송수행청(전주지방검찰청, 익산경찰서), 지휘청(서울고등검찰청) 모두 항소 포기 승인을 요청했다. 국가배상소송은 소가가 2억 원 이상인 사건으로 항소 포기 시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다만, 공동피고인 사건 담당 경찰관과 검사는 1심 판결에 대해 개별 항소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45부(재판장 이성호 부장판사)는 피해자 최모(36) 씨와 가족이 정부와 당시 수사담당 형사, 진범을 불기소 처분한 검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대한민국이 최 씨에게 13억90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또 최 씨의 어머니에게 2억 5000만 원, 동생에게 5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전체 배상금 가운데 20%는 최 씨를 강압 수사했던 경찰관 이모 씨와 이후 진범으로 밝혀진 용의자를 불기소 처분한 검사가 부담하도록 했다.

법무부는 "국가의 손해배상책임 유무를 다툴 여지가 없는 점, 1심 판결에서 인용된 위자료 액수도 다른 유사한 과거사 사건에서 인용된 액수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약촌오거리 사건은 2000년 8월 전북 익산에서 발생한 택시기사 살인사건으로, 현장에서 진범의 도주를 목격한 피해자(사건 당시 15세)가 범인으로 지목되어 억울한 옥고를 치렀으나 이후 진범이 따로 밝혀지면서 피해자에 대한 재심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피해자는 2001년 6개월 징역 10년 형이 확정돼 복역 후 2010년 만기 출소했고, 출소 후 진범이 따로 있음을 이유로 재심을 신청해 2016년 11월 재심에서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피해자와 가족들은 사건 담당 경찰관의 폭행, 가혹한 행위 및 검사의 위법한 수사로 인해 진범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에 따른 경제적·정신적 손해(약 17억 원)를 입었음을 주장했다. 국가 및 사건 담당 검사, 경찰관을 공동피고로 해 손해배상청구를 했고 올해 1월 13일 1심 원고 일부승소 판결이 선고됐다.

법무부는 "국가의 항소 포기로 국가의 책임 부분이 확정 되는 대로 피해자와 가족들께 배상금이 신속히 지급되도록 하고, 향후에도 억울한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이 조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건 담당 경찰관의 피해자에 대한 불법구금, 폭언·폭행 등 위법수사 사실을 인정하고 사건 담당 검사의 진범에 대한 불기소 처분과 피해자에 대한 기소가 현저히 불합리했다는 이유로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했다.

한편, 검찰은 피해자의 재심 무죄판결 확정 이후 진범에 대한 재수사 끝에 진범을 기소했고 2018년 3월 징역 15년의 유죄판결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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