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집행위원장 “투명성 입증하면 조건부 허가 가능”
러시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의 예방 효과가 9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 확보에 혈안인 유럽연합(EU)은 러시아산 백신이라도 도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스푸트니크V 개발을 지원한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는 이날 의학 잡지 랜싯에 임상시험 3상 결과를 게재했다. 스푸트니크V는 91.6%의 예방효과를 보였으며 60세 이상 지원자에게도 91.8%의 높은 예방 효과를 나타냈다. RDIF는 스푸트니크V가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를 보였다고 전했다.
스푸트니크V는 영하 2~8도에서 보관할 수 있어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보다 공급이 쉽다. 1회분 가격은 10달러 미만으로 화이자의 백신보다 저렴하다. 이미 이란과 아랍에미리트(UAE), 헝가리, 아르헨티나 등 16개국이 스푸트니크V의 사용을 승인했다. 인도는 다음 달 안에 사용 승인을 낼 예정이다.
유럽은 지난해 8월 러시아가 처음으로 스푸트니크V 사용을 승인했을 때만 해도 불신을 감추지 않았다. 승인을 먼저 내고 3상을 진행하는 방식을 믿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외로 높은 예방 효과가 입증되자 유럽 주요국 지도자는 스푸트니크V 도입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유럽이 마음을 바꾼 데에는 백신 공급이 계획대로 되지 않은 영향도 있다. EU는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의 백신 생산 차질에 공급 대란을 겪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이번 분기에 총 4000만 회분을 공급하기로 했지만, 이는 애초 계약한 분량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EU는 역내 생산된 백신의 수출 금지까지 언급할 정도로 마음이 급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EU로부터 승인을 받는다면 러시아산 백신도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의약품청(EMA)의 승인이 선행돼야 한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스푸트니크V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고 덧붙였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이날 “러시아, 중국의 제조사들이 모든 데이터를 제출해 투명성을 입증하면 다른 백신처럼 조건부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TF1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몇 주 전 스푸트니크V에 대해 과학적 조사를 하도록 했고, 긍정적인 답을 들었다”며 “접종 승인을 위해서는 유럽 각국이 자체 조사를 벌여 결과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