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스틱 효과' 대신 '마스크 효과'…불황의 역설을 아시나요

입력 2021-02-03 14:53수정 2021-02-04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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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스틱 대신 기초화장품 소비 늘고 고가 가전 판매 고공행진ㆍ명품 온라인 시장도 성장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불황의 역설'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불황에는 소비가 위축되기 때문에 고가품 판매가 주춤하면서 화장품의 경우 기능성 기초 화장품 매출보다 저비용으로 변화를 꾀할 수 있는 립스틱의 판매가 늘어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촉발된 불황은 달랐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고가 가전과 가구의 매출이 크게 늘었고 마스크를 장시간 착용하면서 피부 진정효과가 높은 기능성 화장품의 매출 신장률이 두드러졌다. 명품업체들은 코로나19를 비웃듯 줄줄이 가격을 올렸지만 오히려 전세계 명품 시장은 성장했다. 온라인 명품 구매도 크게 늘면서 명품 전문 이커머스의 매출 증가세도 두드러졌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리빙·가전·가구 부문 매출이 나란히 두자릿수 신장률을 기록했다고 3일 밝혔다. 롯데백화점의 리빙 상품군 매출은 한해동안 16%나 늘었다. 가전과 가구 매출도 각각 22%, 10%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측은 코로나19로 해외여행 등 여가비 지출이 줄어든 소비자들의 ‘집콕’이 장기화하자 집에 쓰는 비용을 늘린 것으로 분석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도 가전 매출 신장률이 19.3%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가전 매출은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신장률이 더 커졌다. 현대백화점의 지난해 상반기 가전 매출 신장률은 11%였으나 하반기에는 28.2%까지 늘었다. 가전 가운데 특히 TV 판매량이 눈에 띄게 증가해 현대백화점의 TV매출 신장률은 247.1%를 기록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스테이홈(Stay Home)’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즐기기 위한 목적으로 대형 TV 수요가 높아졌다”며 “이러한 수요가 가전 매출 신장률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가전양판점 전자랜드에서도 지난해 한해동안 식기세척기 매출이 160% 증가한 것을 비롯해 건조기(60%), 의류관리기(55%), TV(40%) 등 대형가전 수요가 크게 늘었다.

전자랜드는 가전업계의 큰 손인 신혼부부들이 해외 신혼여행을 못가는 대신 혼수 가전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한 때문으로 분석했다. 특히 의류관리기나 식기세척기처럼 필수 품목은 아니지만 삶의 질을 높여주거나 대형 TV처럼 질 높은 문화 생활을 돕는 가전들에서 프리미엄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고가의 가전의 경우 직접 보고 구매하려는 수요가 많아 체험형 매장인 파워센터에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전자랜드는 매장의 체험요소를 꾸준히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CJ올리브영 고객이 기초화장품류를 살펴보고 있다. (CJ올리브영)
화장품 시장에서도 불황의 역설이 확인됐다. 이른바 ‘마스크 뷰티(Mask Beauty)’가 뷰티 시장 전반을 관통하는 새로운 키워드로 자리매김하면서 고가의 기초화장품류 매출이 늘어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불황에 ‘립스틱 효과’ 대신 ‘마스크 효과’가 생겨난 것이다. 마스크를 장시간 착용하며 피부트러블을 고민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올리브영의 지난해 하반기 기초 화장품류 판매량은 상반기 대비 68%나 급증했다. 색조화장품 시장에서는 ‘마스크 메이크업’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하면서 아이메이크업 제품이 두각을 나타냈다. 하반기 아이메이크업 매출은 상반기보다 19% 가량 늘었다. 립스틱으로 대표되는 립 틴트류 시장은 9% 성장하긴 했지만 기초제품군과 아이메이크업보다는 신장률이 낮았다.

고가의 명품을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트렌드도 새롭게 형성됐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온라인 명품시장 규모는 580억 달러(약 64조원)로, 전체 명품 시장의 23%를 차지했다. 국내 온라인 명품 시장 역시 1조5000억 원을 넘어서면서 명품 전문 이커머스들도 약진했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 발란(BALAAN)은 지난해 전년대비 매출 200% 성장 신화를 썼다. 한스타일닷컴은 지난해 4분기에만 210억 원의 거래액을 달성하며 상반기 대비 4배 이상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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