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역서 “나발니 석방하라” 시위…5000여 명 체포

입력 2021-02-0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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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100여 개 도시서 집회
경찰, 지하철역 폐쇄·테이저건 사용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나발니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모스크바/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전역에서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경찰은 지하철역을 폐쇄하고 시위 참가자 5000여 명을 체포하는 등 시위 진압에 나섰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블라디보스토크, 칼리닌그라드 등 러시아 100곳이 넘는 주요 도시에서 나발니 석방 요구 시위가 진행됐다. 모스크바의 시위대는 나발니가 구금된 ‘마트로스스카야 티쉬나’ 구치소를 향해 행진했다. 이들은 “나발니를 석방하라”, “푸틴은 도둑이다” 등 구호를 외치며 6시간가량 시내를 행진했다.

경찰은 모스크바의 지하철역을 폐쇄하고 시위 장소 근처 행인들에 신원 확인을 요구했다. 식당과 카페에는 영업 중단을 지시했다. 경찰이 테이저건과 최루가스 등을 사용해 시위대를 진압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정치범 체포를 감시하는 비정부기구(NGO) ‘OVD-인포’는 이날 최소 85개 도시에서 5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모스크바에서 약 1450명,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약 1000명이 연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 인권단체 엠네스티는 “연행된 사람이 너무 많아 자리가 없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시위대는 지난달 24일에도 전국적인 집회를 열었다. 당시 경찰은 모스크바에서 4000명의 시위대가 집결했다고 발표했으며 전국적으로 3000명 넘게 체포했다.

미국은 러시아 당국의 무력 진압을 비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트위터에서 “미국은 러시아가 평화로운 시위대와 취재진을 대상으로 2주 연속 거친 진압 전술을 사용한 것을 비난한다”고 전했다.

그러자 러시아 외무부는 페이스북에 성명을 올리고 “주권국에 대한 내정간섭을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이어 “법률 위반에 대한 블링컨 장관의 지지는 미국의 배후 역할에 대한 또 하나의 증거”라며 “시위 조장 행동은 러시아 억제 전략의 일부”라고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나발니 석방 시위는 나발니의 재판이 있을 2일 더욱 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발니 지지자들은 트위터와 텔레그램을 통해 “주말 시위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며 “화요일에 법원 앞에서 모이자”고 주장했다.

나발니는 지난해 8월 모스크바로 향하는 기내에서 독극물 공격을 받고 독일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지난달 17일 귀국했다. 나발니 측은 연방보안국(FSB)이 자신을 암살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귀국하자마자 공항에서 바로 체포돼 감옥으로 이송됐다. 러시아 당국은 체포 이유를 나발니가 2014년 사기 사건에 연루돼 유죄 판결을 받고도 집행유예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나발니 측은 지난달 19일 그가 체포되기 전 제작한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영상에는 푸틴 대통령의 비밀 궁전에 대한 조사 보고서가 담겼다. 영상 조회 수는 1억 회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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