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로] 주식투자 권하는 사회

입력 2021-01-3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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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학교 기업경영트랙 교수

동학개미운동, 리틀개미라는 용어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더 이상 신조어가 아니다. 역설적으로 코로나19는 사회적 차원에서 공동체의 위기를 초래했지만 경제적 차원에서는 급격한 주가 상승의 원동력이 되었다. 개인투자자는 코스피 지수가 1400선으로 추락하던 지난해 무려 47조 원의 투자금을 동원하며 코스피 지수를 3000선까지 끌어올렸다.

지금도 하루 평균 주식투자와 관련된 기사가 언론에서 200여 건이 쏟아질 만큼 우리는 이제 주식투자를 권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그 결과, 주변에서 지인을 만나면 “OO전자는 샀느냐”, “OO자동차는 어디까지 오를 것 같으냐”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심지어 투자에 관심을 갖는 연령층이 10대 미성년자까지 확대되는 추세이다.

주식시장은 기업이 알지 못하는 익명의 다수 투자자에게 지분을 팔아 자금을 조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경제라는 테두리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배워야 할 교양이자 상식이기에 주식투자를 금기시할 필요는 없다. 이미 미국을 포함 유럽 선진국에서는 10대 시절부터 경제와 금융 관련 정규 교과목을 교육 현장에서 가르치고 있다.

반면 국내 주식시장에 뛰어든 투자자들의 금융과 경제에 대한 이해도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50조 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쏟아부으며 국내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했지만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유튜브와 주식 서적에 의존한 채 투자에 나섰다. 경제에 관한 학습보다는 부의 세계에서 자신만 밀려날지 모른다는 상대적 박탈감의 발로였다.

‘묻지마’ 투자 열풍을 지켜보면서 크게 두 가지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주식투자를 부추기며 이른바 경제 전문가를 자처하는 유튜버들의 범람이다. 주식투자 전문가로 활동하는 유튜버는 이름이 알려진 이들만 줄잡아 100명이 넘는다. 그러나 이들이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정말 맞는지, 어느 정도의 투자 수익률을 실제로 기록했는지, 이를 직접 증명한 이는 거의 없다. 비전문가의 횡행은 거품을 유발한다.

단적인 예로, 경제 유튜브에서 쏟아내는 주가 차트의 기술적 분석 전략은 아무 의미가 없다. 문병로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알고리즘으로 주가 흐름을 분석한 후 증권 전문가들이 강조했던 기술적 분석으로 도출한 패턴은 실제 주가와 전혀 관련이 없다는 점을 연구로 입증했다. 투자자의 마음을 교란시키는 잘못된 정보는 과열을 조장한다.

둘째, 지금의 주가 상승이 과연 기업의 혁신으로 일궈냈는지 정부는 진지하게 성찰하지 못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점을 언급하며 주가 3000시대에 대한 희망적 전망만을 강조했다. 안타깝게도 지난해 주가 상승은 기업의 성과 창출보다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자금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2018년부터 정부가 부동산을 잡기 위해 대출 규제에 나섰고, 코로나로 인한 경기 침체를 살리기 위해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다보니 개인이 지닌 유휴자금의 최후 도피처가 주식으로 향했다는 점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정부가 주가 3000시대를 언급하며 투자 열풍을 경제적 희망 등의 장밋빛으로 해석한 것은 적절치 않은 대목이다.

2030 동학개미들은 지난해 주식투자에 뛰어든 계기로 “망할 회사에 다니며 고생하느니 인생 역전을 꿈꾸겠다”는 이유를 가장 많이 꼽았다고 한다. 기업의 혁신과 성장을 통해 주가가 올라야 하는데, 투자자들이 기업의 성장에는 관심 없고 오로지 인생 역전을 꿈꾸기 위해 기업의 주가 상승을 희망하는 역설이 주가와 실물경기의 괴리를 만들고 있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뿐만 아니라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도 과열된 투자 열풍은 노동과 일의 존엄성을 박탈시킬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이런 점에서 성실하게 땀 흘리며 저축해온 서민들까지 주식투자를 권유받는 이 사회가 바람직한지 정부를 포함해 우리 모두 곰곰이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의 주가는 기업의 펀더멘털이 아닌 투자자의 멘털에 기대어 불안하게 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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