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 이긴 삼성전자 초격차, 불안한 미래

입력 2021-01-2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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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작년 236조8070억 원의 매출과 35조9939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매출은 2019년보다 2.8% 소폭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이 29.6% 늘어난 괄목할 만한 실적이다.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미중 무역분쟁으로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았던 상황에서 거둔 성과다.

삼성전자는 28일 이 같은 2020년 잠정실적(연결기준)을 전자공시했다. 역시 반도체가 최대 효자였다. 반도체 매출이 72조86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 영업이익은 18조8100억 원으로 34.2% 증가해 전체 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스마트폰 등 IT모바일은 매출이 99조5900억 원으로 7% 줄었지만 이익은 23.7% 늘어난 11조4700억 원이었다. 소비자가전도 매출이 48조1700억 원으로 6%, 이익 3조5600억 원으로 41.8% 증가했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매출이 2% 감소한 30조5900억 원에 이익은 2조2400억 원으로 41.8% 늘었다.

작년 연초부터 확산한 코로나19로 상반기 영업은 부진했으나, 하반기들어 억눌렸던 수요 증가와 함께 비대면(非對面) 경제 활성화로 반도체를 비롯한 스마트폰, 가전 등 모든 제품군의 판매와 이익률이 크게 좋아진 덕분이다.

국내외 여건이 최악이었던 가운데 한국 대표기업인 삼성전자가 경제의 버팀목이었음을 입증한다. 지난해 수출과 소비가 감소하면서 모든 경제지표가 가라앉고 성장이 후퇴했다. 삼성의 호실적이 이를 상당 부분 방어해 주었다.

문제는 앞으로다. 세계 경제여건 호전을 아직 기대하기는 이르고, 삼성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 수출의 최대 상품인 반도체의 슈퍼사이클(장기호황)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글로벌 반도체 톱3 기업인 미국 인텔과 대만 TSMC, 삼성의 작년 실적에서 TSMC 영업이익이 삼성을 앞질렀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집중한 TSMC의 기세가 무섭다. 삼성도 이 분야를 적극 육성하고 있지만 아직 역부족이다.

삼성이 돋보이는 실적을 올린 경쟁력의 원천은 ‘초격차’다. 끊임없는 도전과 과감한 투자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반도체 기술의 우위를 선점하고 메모리 시장을 주도해 왔다.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기둥 산업으로 국부(國富)를 창출하고 있는 동력이다.

지금 삼성의 위기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재판으로 다시 구속되면서 총수 부재 상태가 됐다. 반도체 초격차를 이끈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의 의사결정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는 작년 38조5000억 원의 대규모 시설투자를 단행했었다. 2019년보다 43%나 늘어난 수치다. 지금 가장 중요한 순간에 삼성이 다시 발목잡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의 대응과 투자에 실기할 우려만 커지고 있다. 답답하기 짝이 없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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