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코스닥 999와 은하철도999

입력 2021-01-25 17:30수정 2021-01-2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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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넋을 놓고 봤던 일본 애니메이션 은하철도999. 당시에는 무슨 의미인지도 모른 채 철이와 메텔의 우주여행을 가슴 졸이며 봤지만, 사실 이 애니메이션은 간단치 않은 미래상, 그리고 상당히 잔혹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은하철도999 스토리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풍부한 자금으로 피가 흐르는 따뜻한 몸을 영원불멸의 기계로 바꾼 이들은 부품 교체로 2000년 이상 행복하고 쾌적한 삶을 누리고 있었다.

가난하고 진짜 육신의 시민들은 도시 외곽 빈민촌으로 쫓겨나 온갖 천대와 멸시를 당했다. 심지어 기계인간들은 취미로 진짜 인간을 사냥하기도 했다.

주인공 철이의 엄마도 기계 백작에게 사냥당해 박제를 당했다. 철이는 메텔의 도움으로 엄마의 복수를 위해 기계화 행성으로 향한다. 복수의 측면에서는 해피엔딩이다.

철이는 기계백작을 살해(파괴)하는데 성공했다. 다만, 스스로 기계인간이 되기 위한 다음 여정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마음을 고쳐먹었고 기계 인간이었던 메텔은 복수가 끝난 후 대기 중인 777호에 철이를 태워 지구로 보낸다.

▲25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8.36포인트(2.18%) 오른 3208.99에 마치며 종가 최고 기준치를 2거래일 만에 경신했다. 코스닥은 19.32포인트(1.97%) 상승한 999.30에 장을 마감했다.이날 코스피 전체 시총도 약 2212조 원을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스피 시총은 2010년 9월 1000조 원을 돌파한 이래 지난 4일 10년 4개월만에 2000조 원을 돌파,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 한국거래소)

오늘(25일) 코스닥이 999.30으로 마감됐다. 투자자들이 열광할 만한 1000선을 돌파하는데 아쉽게도 실패했다.

일부에서는 은하철도999로 끝났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개인적으로 애니메이션과 중첩해석이 가능한 부분이 있어 보인다.

진짜 육신을 가진 시민이 개인투자자(개미)라면, 기계인간은 아마도 외국인과 기관에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

그동안 개미들은 외국인과 기관의 정보력과 막강한 자금력에 번번이 손실을 본 게 사실이다. (실제 기관과 외국인들은 인공지능으로 가동되는 프로그램매매를 실행한다.)

요즘 한창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공매도도 기계인간(외국인,기관)들이 보유한 첨단 장비 중 하나였을 것이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 공매도 비중은 고작 1.1%(2019년 기준) 정도에 불과하다. 외국인(62.8%)과 기관(36.1%)의 전유물인 셈이다.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 "아예 공매도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럼에도 공매도를 폐지하지 못하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벗어나는 순간 외국인들의 국내증시 이탈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온전한 인간 투자자가 기계인간 투자자들에게 억압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은 지난 1개월간 1조6536억 원을 순매수했고 외국인은 3382억 원 매수우위였다. 기관은 1조3645억 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개인들은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올 1월 18일까지 13일 연속 순매수를 했으며 정확히 같은 기간 동안 기관은 13일 연속 순매도였다. 외국인은 오락가락하며 눈치를 봤다.

순매수(도)의 규모만으로 보면 은하철도999까지 코스닥을 끌어올린 것은 개미였던 셈이다.

특히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은 다양한 선물과 옵션으로 헤지를 하며 일정 수준에서 수익률을 관리하지만 개인들은 속된 표현으로 ‘돈 놓고 돈 먹기’판에 돈을 쏟아부었다.

개인적으로 주식투자를 개인과 외국인, 기관의 3자 전쟁으로 보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기계인간에 맞서는 육신 시민들이 때로는 안타까울 때가 있다. 지수 1000이 개미들에게 전반적으로 심리적 위안이 될 수 있어도 물질적 혜택은 선택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오늘도 코스닥시장에서 874개 종목은 상승했지만 하락한 종목도 440개에 달했다. 보합 종목은 81개였다.

거두절미하고 은하철도999의 마지막 장면을 다시 한번 소개한다.

은하철도999의 종착역 프로메슘이 붕괴될 조짐을 보이자 철이와 메텔은 999호를 타고 행성 박쥐로 탈출한다. 행성 박쥐의 역에서 메텔은 옆 선로에 대기 중인 777호를 타고 철이와 이별하며 떠난다. 철이도 메텔을 떠나보내며 지구로 돌아간다.

기계인간 세계를 절멸시킨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세상으로 귀환한 것이다.

예·적금 깨 주식시장에 몰려가는 현실이 결코 우리 경제에 바람직하지만은 않아 보여 떠올린 코스닥999와 은하철도999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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