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렉트릭 사장, 전 지식경제부 차관
지난 1년 우리 회사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지만, 해외 고객과의 직접 교류는 부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 우리는 주어진 방역 여건 아래에서 더 적극적인 영업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지요. 그리고 회사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부서장들이 해외 영업에 직접 나서겠다고 했을 때 나는 차마 그대들과 눈을 마주치기 어려웠습니다. 50대 초, 중반의 나이로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절정에 달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대들입니다. 세계 10위의 경제 강국이며 3만 달러 소득의 나라에서 세계적인 팬데믹의 시기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2021년 트렌드 코리아를 보면 많은 사람이 첨단과 미래를 전망하고 준비하라고 합니다. 인공지능을 통한 새로운 시장 개척을 멋지게 구상합니다. 거침없이 피버팅(Pivoting)하여 회사의 핵심 역량을 발굴하고 사업 전환을 도모하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언택트의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디지털과 환경친화적 사고로 무장해야 한다고 배웁니다. 하지만 이렇게 모두가 새로움을 얘기할 때 누군가는 현실에 뿌리를 내리고 지켜야 합니다. 모두에게 소중한 ‘균형’은 그렇게 해야만 유지되는 것이니까요.
우리 경제는 아직도 제조업과 수출이 이끌고 가고 있습니다. 국가 총생산 규모만큼을 수출, 수입하는 100% 무역 의존형 경제입니다. 비록 수출의 성과가 국민 개인의 소득으로 이어지는 것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하지만 수출이 부진하면 경제 성장도 불가능한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수출을 통해 국익을 창출하려면 품질 좋고 값싼 물건을 만들어서 구매자의 마음에 들도록 잘 설명하고 알려야 합니다. 팬데믹의 긴 터널도 곧 출구가 나타날 것입니다. 출구가 나타나기 전에 할 일이 있습니다. 깜깜한 터널 안에서 터널 밖의 새로운 시간을 준비하는 일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그대들은 그런 일을 위해 역경을 뚫고 고객을 찾아갑니다. 공항에 내리면 일정 기간 격리를 하겠죠. 국가가 격리를 강제하지 않아도 여러분은 스스로 격리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만나게 될 고객이 그것을 원할 것이기 때문이죠. 그렇게 여러분은 신발 끈을 동여매고 떠났습니다.
사랑하고 아끼는 수출 전사 여러분!
언제부터인가 치열함이 사라지는 사회 분위기를 느끼게 됩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공평하게 나누는 일이 소중한 가치인 것처럼, 열심히 일하고 성취를 거두는 일도 결코 폄하되어서는 안 됩니다. 세계는 치열한 경쟁의 정글이고 여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당신들과 같은 전사가 필요합니다. 20세기에 세계 시장을 누비면서 경쟁하던 기업인들을 우리는 수출 전사라 불렀고 아직도 우리에게는 그런 도전 정신이 필요합니다. 지금 길을 떠나는 그대들을 나는 수출 전사라고 부르겠습니다. 전쟁의 포화는 아니더라도 전염병이라는 역경(ardua)을 뚫고, 세계 무역 전쟁의 심장이라는 별(astra)을 향해 달려가는 용감한 우리 가족입니다.
부디 건강하게 돌아오십시오. 그대들은 성공의 전리품을 꼭 가져오기를 갈망하겠지만 나는 여러분들의 건강한 귀환만을 기도합니다. 여러분이 이 길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그 순간 우리는 이미 이겼습니다. 건강하게 돌아오면 완벽한 승리입니다. 그대들의 건투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