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권을 지키자⑤] 제도 허점 파고든 아동학대…"위험성 높은 가정에 적극 개입해야"

입력 2021-01-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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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사건'처럼 아동학대에는 묵인한 방조범이 있다. 문제는 방조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데다 처벌 수위도 낮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시급한 과제로 제도 개선을 꼽았다.

아동학대 현장에서 발길 돌리는 실무자들

현장에서는 아동학대 사건과 방조에 대한 기준이 모호한 것은 물론 개입할 권한이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 정인이 사건에서도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세 번이나 집을 찾아갔지만 분리 등 적극적인 개입이 이뤄지지 않았다. 양부도 양모의 학대를 방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학대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촘촘하지 못한 제도의 허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무자들은 법률상 방조나 방임에 대한 판단 근거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아동보호전문 NGO에서 근무했던 황민혜 사회복지사는 21일 "부모가 자신의 교육방침이라고 말하면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라고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좀 더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며 "실무자가 판단할 수 있는 기준과 개입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동학대 방조죄에 대한 처벌 수위도 낮다. 가정과 유치원 등 아이가 생활하는 장소에서 벌어지는 학대에 대한 방조는 벌금형에 그칠 때도 많다. 방조 혐의를 받는 정인 양 양부에게 살인 방조죄로 적용 법률을 바꾸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해외는 국내보다 방조에 엄격하다. 이탈리아는 방조죄를 폭넓게 적용해 처벌한다. 한 유치원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에서 가해 교사와 함께 동료 교사, 요리사까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영국은 16세 이상인 자가 아동에게 의도적으로 폭력, 학대, 방임, 유기 및 정신적 학대를 한 경우 최대 10년형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입건 안 되면 학대 아니다?…중요한 것은 예방"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방조죄 처벌 강화와 함께 예방에도 힘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명숙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전에 아동학대 위험성 높은 가정에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아동학대처벌특례법에 저촉되는 사건은 전체 20% 정도"라며 "나머지 80%는 아동이 안전하지 않더라도 부모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설명했다.

아동학대 의심 사례에 발 빠르게 개입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 개선도 요구된다. 박 교수는 "경찰이 아니면 문도 안 열어주는 일이 많다"며 "전담 공무원 등 공공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희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입건할 정도는 아닌데 개입해야 할 때에 대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경찰이 입건하지 않은 사건은 상담이 유일한 관리 수단이지만 이마저도 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다.

김 교수는 "경찰이 아무 일 아니라고 하면 본인(가해 부모)들은 학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아동복지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를테면) 아동복지법에 따라 신고가 됐으니 강제적으로 상담받으러 오라고 해야 한다"면서 "과태료를 더 많이 부과하거나 아동학대 예방 강의를 듣도록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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