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속에 할 말 잃은 삼성, '비상경영' 돌입

입력 2021-01-1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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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경영인ㆍ이사회 중심으로… 총수 없이는 한계 불가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고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이 1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자 삼성은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기대했던 집행유예 판결이 나오지 않으면서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이날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 선고를 받을 것을 기대하며 서울고등법원에서 대기하던 삼성 관계자들은 공식 입장은 자제한 채 "안타깝고,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내놨다. 현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응원하던 사람 중 일부는 큰소리로 억울함과 부당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삼성 측 이인재 변호인은 "이 사건은 본질이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으로 기업이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당한 것"이라며 "이러한 본질을 우리가 고려해볼 때 재판부의 판단은 유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이재용 부회장이 법정 구속되면서 삼성전자를 포함한 주요 계열사들은 최고경영진과 이사회를 중심으로 체제 전환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사실상 '비상경영'이다.

앞서 2017년 2월 이 부회장이 처음 구속됐을 당시 삼성은 총수 중심 경영 체제에서 계열사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바 있다.

다만 이 부회장의 옥중경영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 현재 처해있는 엄중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거 삼성의 경영 구조는 총수와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 계열사 전문경영까지 삼각편대였다. 그러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을 계기로 미래전략실은 해체됐다. 신설된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가 계열사 간 조율이 필요한 사안을 지원했다.

일단 이 부회장이 다시 구속되면서 삼성은 한동안 계열사별 각개전투 체제로 위기에 대응할 계획이다. 이 부회장의 핵심 측근인 정현호 사장이 이끄는 사업지원 TF가 총수 구속으로 어수선한 그룹 전반을 조율하는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사업지원 TF에 대한 일각의 시선이 곱지 않은 탓에, 적극적으로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결국, 컨트롤타워 조직도 없는 가운데 이 부회장이 또다시 구속되면서 그룹 전반에 걸친 핵심 사안을 결정하기가 어렵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일상적인 경영은 CEO(전문경영인)선에서 가능하지만, 대규모 투자 결정 등 굵직한 의사 결정은 결국 총수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최근 실적은 수년 전 대규모 투자와 인수ㆍ합병(M&A)을 통해 만들어놓은 시스템의 결과물이다. 글로벌 경쟁 속에서 '현상유지'는 곧 '도태'를 의미한다.

고(故) 이건희 회장이 특검 수사에 책임을 지고 2008년 4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을 때도 위기를 맞았었다.

이 회장이 2010년 3월 경영 일선에 복귀할 때까지 삼성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가동했지만, 그 사이 미래 사업인 '5대 신수종 사업' 선정이 늦어졌다. 결과적으로 일부 분야에서 중국 업체들이 약진했다.

재계 관계자는 "옥중에서도 이 부회장이 간접적으로 경영을 챙기겠지만, 극히 제한적이고 포스트 코로나 및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적기 대응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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