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VS대웅제약, 보톡스 전쟁 다시 불붙나…ITC 최종판결 놓고 서로 비난

입력 2021-01-14 10:19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ITC "대웅제약, 메디톡스 균주 훔치고 제조 공정 도용했지만…메디톡스 균주 영업비밀 아냐"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를 둘러싼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분쟁이 다시 불붙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판결 전문이 공개되면서 양 측은 서로 비난하며 5년여간 이어온 법적 분쟁을 항소심에서 이어가 끝까지 다투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ITC는 지난해 12월 16일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미국명 주보)가 관세법 337조를 위반한 제품이라고 판단하고, 21개월간 미국 내 수입 금지 명령을 내렸는데 14일 이에 대한 최종 판결문을 공개했다. ITC는 판결문에서 대웅제약이 메디톡신의 보툴리눔 균주를 훔쳤고, 제조 공정을 도용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대웅제약의 균주가 비밀성이 없어 영업비밀 침해라고 판단하지 않았다.

ITC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균주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증거로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를 도용했다고 판단했다. ITC 측은 "유전적 증거는 증거의 우월성 이상으로 대웅이 그의 균주를 메디톡스로부터 가져왔음을 입증한다"라며 "메디톡스 균주와 대웅 균주는 균주들이 서로 일치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특이한 DNA 지문인 6개의 SNP를 공유한다. 서로 관련이 없는 2개의 균주가 거의 370만 개의 뉴클레오티드의 DNA 서열에서 정확하게 같은 뉴클레오티드 위치에 똑같은 6개의 SNP를 공유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고 판단했다.

다만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가 당시 누구나 취득할 수 있었던 것인 만큼 영업비밀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웅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ITC 측은 "메디톡스 균주가 어떠한 제한도 없이 자유롭게 기증받았던 모균주인 Hall A-hyper 균주와 구별되는 별개의 것이라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다"라고 판단했다.

메디톡스는 1979년 위스콘신대학교에서 양모 박사에게 균주를 얻었다고 주장했는데 당시 기록에 의하면 위스콘신대가 보유했던 Hall A-hyper 균주는 다른 기관, 단체들에도 자유롭게 유포됐다. 이에 ITC는 메디톡스 균주가 영업비밀의 자격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ITC 위원회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 공정을 침해했다고 봤다. ITC 위원회 측은 "

대웅의 공정은 여러 측면에서 메디톡스의 영업비밀 공정과 동일하다. 대웅과 메디톡스 공정이 유사하고, 대웅의 독립적인 개발에 대한 증거가 없고, 대웅이 상업적 규모의 보톡스를 생산하기까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빨랐던 타임라인이 증거"라고 판시했다.

이번 ITC 위원회의 최종 판결문이 공개되자 양측을 서로 비난하고 나섰다.

메디톡스 측은 "대웅은 오랜 기간 한국 토양에서 균주를 발견했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ITC 조사 과정에서는 자신들의 균주를 어디에서 취득했는지 전혀 밝히지 못했다. 유전자 조사로 도용 혐의가 밝혀졌음에도 메디톡스가 의미 없는 주장만을 반복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메디톡스 측은 "대웅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 기술을 도용했고, 그 산물이 ‘주보’(한국명 나보타)라는 진실이 미국 정부기관의 공정한 판결로 마침내 밝혀졌다. 이번 판결로 대웅이 ‘한국의 토양에서 균주를 발견했다’는 파렴치한 거짓말로 대중과 정부당국을 철저하게 오랫동안 농락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라고 강조했다.

메디톡스는 국내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서도 ITC와 동일한 결론이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 메디톡스 측은 "균주가 영업 비밀이 아니라는 위원회의 판단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설사 영업비밀이 아니라 하더라도 메디톡스의 균주와 제조공정을 대웅이 도용할 자격은 없다"라며 "대웅의 범죄 혐의를 낱낱이 밝혀 메디톡스 균주와 제조 공정의 사용 금지 및 권리 반환을 요청하고, 이미 생산되었거나 유통중인 제품의 폐기와 합당한 배상 청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5년여간 이어온 대웅제약과의 법적 분쟁을 끝까지 이어간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대웅제약은 공정기술을 도용했다는 ITC의 판결을 반박했다. 대웅제약 측은 "메디톡스가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한 공정기술은 이미 수십 년 전 공개된 논문에 나와 있는 것과 동일한 수준이다. ITC는 단순히 일부 공정이 유사하고 개발기간이 짧다는 이유를 들어 억지로 침해를 인정하는 터무니없이 부당한 판단을 내렸다"라며 "개발된 지 수십 년이 넘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 공정기술은 어느 회사나 일부 유사성을 띨 수밖에 없다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주장했다.

또 ITC에서 소송을 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대웅제약 측은 "이번 소송은 한국 기업의 영업비밀을 다루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애초 미국의 행정기관이 관여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라며 "소송을 제기한 회사는 메디톡스임에도 ITC는 자국기업 보호를 위해 엘러간이 피해자이고 소송이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메디톡스는 엘러간에 액상제제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는데 그 기술은 건조분말제형인 나보타와 처음부터 관련이 없다. 대웅제약이 기술을 도용했다는 ITC의 결론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ITC의 최종판결은 대통령에게 전달돼 대통령의 승인을 거치게 된다. 이에 따라 대통령은 ITC의 결정 전달 일로부터 60일 이내에 해당 결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만일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ITC의 최종결정 및 조치는 대통령의 거부권이 통지된 날에 효력을 상실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