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메이트 사건' 살균제 성분이 가른 유무죄

입력 2021-01-1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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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DB)

인체에 해로운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의 재판 결과는 비슷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신현호 전 옥시레킷벤키저(옥시) 대표와 달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유영근 부장판사)는 12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 등 SK케미칼ㆍ애경산업ㆍ이마트 관계자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ㆍ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가 폐 질환이나 천식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 차이점은?

이번 사건의 판결문을 보면 옥시의 ‘옥시 싹싹 뉴가습기당번’과 SK케미칼ㆍ애경의 ‘가습기 메이트’에 포함된 성분이 다르고, 피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이 무죄 선고의 결정적 이유다.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는 성분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옥시와 홈플러스, 롯데마트가 제조ㆍ판매한 가습기 살균제에는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사용됐고, SK케미칼과 애경산업 등은 CMITㆍMIT 성분을 사용했다.

질병관리본부는 2014년 러시아에서 만들어진 PHMG의 유해성을 인정했다. 이 성분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ㆍ판매한 신 전 대표 등 관계자들에게는 이미 징역 4~6년이 확정됐다.

PHMG의 경우 피부 독성은 매우 낮아 안전한 살균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가 호흡을 통해 인체로 흡입되는 데도 옥시 등은 흡입독성 시험을 거치지 않고 출시한 것이 문제가 됐다.

다만 이번 재판은 CMITㆍMIT의 유해성 여부가 쟁점이었다. CMITㆍMIT는 미국 다우케미칼이 1960년대 만든 물질이다. PHMG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등록되지 않았지만 CMITㆍMIT는 흡입독성 시험 등을 거쳐 EPA에 등록됐다.

재판부 판단 이유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직 임원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를 받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조순미 씨가 해당 선고 결과를 부정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은 SK케미칼ㆍ애경산업 등의 CMITㆍMIT의 흡입독성 실험 결과 옥시 등이 사용한 PHMGㆍPGH 성분과는 다르게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CMITㆍMIT 성분은 체내 분해성이 높아 체내에서 빠르게 반응한 후 분해되고 대사산물 또한 독성이 매우 낮으며 신속히 배출되는 특성이 있다”며 “PHMGㆍ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과는 큰 차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기관지와 폐까지 도달하는 PHMGㆍPGH와는 달리 CMITㆍMIT는 상기도에서 대부분 흡수돼 하기도까지 도달하기 어려운 특성을 지니고 있다”며 “실험 동물에게 흡입 노출을 시킨 결과 동물의 폐를 포함한 모든 생체 시료에서 CMITㆍMIT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원인 불명 폐 질환과의 인과관계를 풀기 위한 독성 시험인 ‘13주 반복 흡입 노출을 통한 아만성 흡입독성 시험’에서도 CMITㆍMIT 성분의 독성학적 영향은 발견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연구진은 가장 가혹한 노출 용량을 설정하기 위해 동물을 대상으로 예비시험을 수행했는데 측정된 흡입 노출 최대 내성 용량은 가습기 메이트 사용량의 약 833배에 달하는 농도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3주 반복 흡입독성 시험이 실제 사용 환경에서는 존재하기 어려운 높은 농도로 수행됐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노출군에서 폐, 후두 등 호흡기 계통은 물론 어떠한 장기에서도 CMITㆍMIT에 의한 독성학적 영향은 전혀 관찰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결국 재판부는 “추가 연구 결과가 나오면 역사적으로 (이번 재판이)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모르겠으나 재판부 입장에선 현재까지 나온 증거를 바탕으로 형사사법 근본 범위 내에서 판단했다”며 관계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법원은 동물 실험 결과와 인체 피해의 차이점을 간과하고, 전문가들이 엄격한 절차를 거쳐 심사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 판정 결과를 부정했다”며 항소 의사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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