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법안] 부실 법안발 발의 수 10배 늘었지만…처리율은 '반토막'

입력 2021-01-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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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ㆍ21대 국회 발의 법안' 실태 조사

기존 내용에 한글 순화ㆍ설명 추가
의원들 질보다 '건수 올리기' 혈안
용어교체 남발 방지 법안도 나와
조두순 방지법ㆍ정인이법 관련
'사회 쟁접' 유사 법안도 수두룩

‘단순 용어교체 법안’은 ‘입법 낭비’의 대표적 사례다. 한자를 한글로 변환하거나 잘 쓰지 않는 한자어를 순화 혹은 부연설명을 붙이는 식이다. 심지어 한 단어만 바꾸는 예도 있다. 이처럼 기존에 이미 만들어진 법안 내용 중 몇몇 단어만 교체해 새롭게 발의하는 부실 법안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13일 이투데이가 20·21대 국회에 발의된 법안 실태를 전수조사한 결과, 단순 용어만 교체한 법안은 총 583건으로 집계됐다. 다만, 상임위 대안과 정부안, 법률 전체를 순화시킨 법안은 제외했다.

대표발의 의원별로 보면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4건으로 가장 많았다. 전현희 전 민주당 의원이 72건, 황주홍 전 민생당 의원이 61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외에 이찬열 전 국민의힘 의원 15건, 심재철 전 국민의힘 의원과 이상헌 민주당 의원이 각 13건,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과 이수혁·손혜원 전 민주당 의원이 각기 12건, 권칠승·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각 11건으로 나타났다.

10건 이하 발의 의원은 총 52명이다. 주목할 점은 이 중 18명이 민주당 초선의원이다. 20대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여당 의원들이 정부의 법률 순화에 동참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론 질보단 양을 늘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법률 순화는 정부 차원에서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사업으로 그동안 여당 의원들이 주로 ‘용어교체 법안’ 형태로 발의해왔다.

형태는 두 가지로 나뉜다. 필요한 한자의 한글화와 용어 및 표현 순화, 부연설명 등을 법안 모두 또는 일부 단어에 첨부하는 경우다.

이를테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7월에 각기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대부분 한자로 이뤄진 조문들을 모두 한글로 바꾸고 부자연스러운 용어나 문장구조를 순화시켰다. 두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안으로 병합돼 11월 처리됐다.

하지만 이는 소수에 불과하다. 하나 혹은 몇 개 단어만 바꾼 단순 용어교체 사례가 대부분이다. ‘제증명서’를 ‘각종 증명서’로 바꾼 자격기본법 개정안이나 ‘차주’를 ‘차용인’으로 바꾼 공공자금관리기금법 개정안 등이 대표적 예다. 해당 두 법안은 각각 전현희 전 민주당 의원과 같은 당의 현역 박광온 의원이 발의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용어교체 법안 남발 방지를 위한 법안도 나왔다. 민주당 초선인 이규민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법률 용어·표현 정비를 전담하는 소위를 둬 일괄 개정안을 마련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단순 단어 교체뿐 아니라 유사한 내용의 법안이 쏟아지는 경우도 문제다. 심지어 같은 당내에서 의원 이름만 달리해 비슷한 내용의 법안들을 발의하는 사례들도 많다.

특히 사회적으로 공분을 일으킬만한 이슈에 편승해 발의한 법안도 많다.

8일 국회 문턱을 넘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은 유사한 내용의 9건을 병합 심의해 나온 대안이다. 이 중 6건은 지난해 나온 법안이고 나머지 3건은 정인이 사건이 알려진 2일 이후인 5일 하루 안에 국민의힘 소속 김병욱·김정재 의원이 발의했다.

대안에 포함된 3건 외에도 5일부터 사흘간 민주당의 노웅래, 무소속의 이용호 의원 등이 12건을 쏟아냈다. 아동학대 분리조사 및 응급조치 강화와 처벌 상향 등 8일 통과된 ‘정인이법’과 같은 맥락의 내용이다.

지난달 13일 조두순 출소를 앞두고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일명 ‘조두순 방지법’이 한 달 전부터 줄줄이 발의됐다.

실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10건,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5건,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6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 11건으로 대부분 유사한 내용의 법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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