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이해욱ㆍ벽산 김찬식 2세 경영시대
건설업계의 오너 2세들이 경영 전면에 속속 나서고 있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월초 대림그룹 지주회사 격인 대림코퍼레이션의 2대 주주에 오너 이준용 명예회장의 장남 이해욱 현 대림코퍼레이션 대표이사가 등극한 데 이어 벽산건설도 김희철 현 회장의 차남 김찬식 전무가 최근 부사장에 취임하면서 경영권에 한발짝 다가섰다.
건설사들의 2세경영 체제는 지난 2004년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을 시작으로 월드건설 조대호 사장, 금강종합건설 정몽열 대표 등이 선대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으면서 시작했다.
이외에도 계룡건설, 현진종합건설의 2세들의 보유지분을 늘리면서 지난 2004년은 '건설사 2세 약진의 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였다.
최근 떠오르는 건설사 2세 중 핵심은 이해욱 대림코퍼레이션 대표로 창업주의 손자인 이 대표는 현재 본격적 경영권 승계 절차를 밟고 있는 상태다.
그가 대표로 있는 대림코퍼레이션은 대림그룹의 지주회사로 주력사인 대림산업 지분 19.6%를 보유하고 있으며 대림코퍼레이션 최대주주는 60.96% 지분을 보유한 이준용 명예회장이다. 이 명예회장은 지난 2006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현재는 최대주주로서만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10월까지만 하더라도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이 전혀 없었던 이해욱 대표는 지난 달 5일 대림코퍼레이션과 이 대표가 100% 지분을 보유한 대림H&L이 1 대 0.78 비율로 합병하면서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32.12%를 가진 2대 주주가 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자산규모로 봤을 때 10배 차이가 나는 대림코퍼레이션이 대림H&L과 1 대 0.78의 비율로 합병한 것ㅈ자체가 탈법이란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4일 주주총회를 계기로 이해욱 대표는 대림산업의 실질적 오너로서 전면에 나서게 된 셈이다.
업계 30위권인 벽산건설의 경우는 최근 오너인 김희철 회장의 차남 김찬식 전무가 부사장으로 취임했다.
아직은 김인상 사장이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지만 김 회장의 차남인 김찬식씨가 부사장으로 승진한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경영권 승계가 임박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이달 2일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23대 핸드볼협회장 취임식에는 김인상 사장이 아닌 김찬식 부사장이 회사를 대표해 최 회장으로부터 감사패를 받는 일도 있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인사로 김찬식 부사장이 회사의 실질적 CEO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며 "대표이사 교체는 조만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벽산그룹의 후계구도 구축은 대림그룹과는 달리 지분보다 경영권을 우선 이양받는 순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05년5월 김 회장의 장남인 김성식 씨가 건축자재 제조사인 벽산 대표이사로 선임됐으며 이번에 차남인 김찬식씨가 부사장이 됨으로써 벽산건설 경영권 확보에 일보 앞까지 다가간 상황이다.
그러나 김 회장의 두 아들이 보유 중인 벽산과 벽산건설의 지분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김 회장과 벽산그룹이 후계구도를 구축하는데 있어 두 3세 경영인의 경영능력을 먼저 확인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이 밖에도 다수의 건설사들에서 2세 경영체제가 구축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건설업체는 특성상 인화와 질서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어 전문 경영인의 입지가 타 업종에 비해 좁은 편이며 따라서 2세경영이 당연시되는 특징이 있다"라며 "특히 비상장 건설사들은 경영권 승계가 쉽게 이뤄지곤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