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상표 저명성 인정…"이미지 등 분산 가능성"
국내 제약사 레고켐바이오가 덴마크 완구기업 레고와 상표권 분쟁에서 패소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허법원 1부(재판장 이제정 부장판사)는 레고 쥬리스(LEGO Juris A/S)가 레고켐바이오를 상대로 "상표 등록을 무효로 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레고켐바이오는 'LEGOCHMEPHARMA' 상표를 출원해 등록을 마쳤다. 지정상품은 약제용 시럽과 캡슐, 남성호르몬제 등이다.
레고는 2018년 11월 특허심판원에 상표 무효 심판을 청구했다. 해당 상표는 자신들의 선등록상표인 'LEGO', '레고'와 유사해 식별력과 명성이 손상될 우려가 있고 레고켐바이오가 부정한 목적을 가지고 상표를 출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허심판원은 두 상표가 지정상품 사이의 경제적 관련성이 없다며 레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레고의 상표가 일반 수요자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완구류'에 해당하는데, 레고켐바이오의 상표는 약제류에 사용해 레고의 신용과 고객흡인력을 실추할 우려가 없다는 판단이다.
이에 레고는 특허법원에 상표 등록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레고는 "일반 수요자들은 레고켐바이오의 상표를 통해 저명한 상표인 '레고'를 연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레고켐바이오는 "두 상표는 표장이 상이하고, 상품의 경제적 견련관계도 없으며, 부정한 목적도 없다"고 맞섰다.
법원은 레고의 손을 들어줬다. 레고가 글로벌 완구업체 중 상품 매출액 1위를 기록했고, 다수의 영어사전과 백과사전에 자세히 소개되는 점 등을 근거로 레고 상표의 저명성을 인정한 것이다.
레고켐바이오는 자신들의 상표가 '레고켐파마', '레고켐'으로 호칭될 뿐 '레고'로 약칭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레고켐바이오의 상표를 보고 의약 회사라는 관념이 도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레고'라고 보는 일반 수요자의 인식을 배제 또는 압도할 정도에 이른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상표에 대한 상품 출처의 혼동 가능성이나 경쟁 관계와는 상관없이 '레고'와 유사한 상표가 레고켐바이오의 지정상품에 사용되면 저명상표주인 레고가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해 구축한 긍정적 이미지, 광고선전력, 고객흡인력 등이 다양한 상품으로 분산될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레고켐바이오는 이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