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 ‘이중규제’ 논란] 기업 “업권별 규제 있다” vs 당국 “감독 범위 다르다”

입력 2021-01-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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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감독 한 번에 회사 정체
리스크 대비 위해 투자 어려워”
금융당국 “내부거래 등 감독 한계
그룹發 계열사 위험 전이 보는 것”
전문가 “애매모호한 감독 항목
필요자본 등 명확히 규정해야”

올해 하반기부터 금융복합기업집단의 감독에 관한 법률안(금융그룹감독법)이 시행된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공정경제 3법 중 하나인 이 법의 주요 쟁점은 이중 규제 여부다. 업계는 기존 개별업권에 대한 감독이 이미 있기에 금융그룹감독법은 옥상옥 규제라고 주장한다. 반대로 정부는 업계가 말하는 산업별 규제와 새로 생기는 법의 감독 범위가 다르다고 항변한다.

금융그룹감독법은 여수신, 금융투자, 보험 중 2개 이상의 금융사를 운영하고 자산 규모가 5조 원 이상인 기업을 금융그룹으로 지정해 금융당국이 관리·감독하는 제도다. 비지주 금융그룹에도 감독 체계를 마련함으로써 특정 금융계열사의 위험이 타 금융계열사까지 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 조건에 부합하는 금융그룹은 삼성, 현대차, 한화, 미래에셋, 교보, DB 등 6개 기업이다.

금융당국은 이 기업들에 크게 2가지 의무를 부여한다. 내부 통제·위험 관리와 건전성 관리다. 이에 따라 해당 기업은 금융그룹 수준의 내부통제정책을 수립하고 그 추진 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또 적정한 유동성을 유지하며 금융그룹 수준의 경영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금융위원회는 기업의 부실을 예방하기 위해 경영개선계획 제출을 명령할 수 있고 기업이 이를 따르지 않으면 금융그룹 명칭 사용 중지 또는 다른 조치를 내릴 수 있다.

기업 “이중규제”… 금융당국 “IMF도 지적”

해당 기업 관계자들은 금융그룹감독법이 과도한 규제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금융감독원에서 보험, 은행, 증권 등 각 계열별로 감독을 하고 있는데 굳이 또 법을 만들 필요가 있냐”며 “감독에 대응을 잘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당국 검사 한 번에 회사가 정체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개별 업권에서도 규제가 있는데 또 법으로 하면 그게 이중규제가 아니냐”고 말했다.

기업은 이중규제라고 반발하지만 우리나라의 비지주 금융그룹에 대한 감독 공백은 국제통화기금(IMF)도 지적한 사안이다. 지난 4월 IMF는 금융부문 평가 프로그램(FASP)을 통해 비지주 금융그룹을 통합적으로 감독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금융지주그룹과 달리 비지주금융그룹은 그룹 차원의 규제를 받지 않아 비금융 부분에서 전이되는 위험을 평가하거나 규제할 수 없다는 걸 근거로 들었다.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이 지난달 16일 법무부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 온라인 합동브리핑에서 금융그룹감독법이 이중규제가 아니라고 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도 부위원장은 “기존 업권별 금융 감독은 개별 금융사의 건전성과 자본적정성을 관리한다”며 “이 법은 개별 금융업권법으로 규율하기 어려운 것을 본다”고 강조했다. 금융사간 상호출자, 순환출자로 인한 중복자본에 따른 그룹 전체로서의 적정자본문제, 특정 계열사의 위험이 전파되는 위험전이나 금융복합기업집단 전체의 위험집중 문제 등 그룹 차원의 위험을 본다는 것이다.

이 법의 핵심은 연결성에 있다. 현행 개별 금융사별로 이뤄지는 업권별 감독만으로는 같은 기업 집단에 있는 금융사 간의 내부 거래나 출자 등을 감독하는 데 한계가 존재해 기업 집단 간 자금의 흐름을 보겠다는 것이다. 금융위가 연결재무제표를 언급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계열사가 각각 따로 공시할 때와 달리 연결재무제표는 자본을 중복 기입할 수 없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그룹감독법에 해당하는 기업들이 9월 공시한 것만 봐도 중복 자본이 꽤 많다”며 “이 법은 이렇게 과대계상된 것을 빼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그럼에도 발생할 수 있는 이중규제 문제를 피하기 위해 개별업권법과 금융그룹감독법이 상충했을 때 개별업권법이 우선한다는 조항도 만들었다. 금융그룹감독법 4조는 ‘금융복합기업집단의 감독에 관하여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과 개별업법이 동시에 적용될 만약의 상황을 고려해 입법기술적으로 만든 조항이다.

“리스크 대비, 과감한 투자 어려워”

업계가 주시하는 것은 금융그룹감독법의 자본적정성 평가 방법이다. 당국은 회사가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인 ‘적격자본’을 업권별 최소 요구자본의 합계액인 ‘필요자본’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했다. 적격자본·필요자본이 100%를 넘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금융그룹은 당국에 경영계선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이조차 제출하지 않으면 당국은 직접적으로 시정 조치를 내릴 수 있다.

금융위는 ‘금융그룹의 감독에 관한 모범규준’에서 필요자본을 최소요구자본과 집중위험·전이위험을 가산한 것으로 규정했으나 금융그룹감독법에서는 집중위험·전이위험 가산을 빼고 그룹위험을 가산했다. 문제는 그룹위험의 계산 방법이 정해지지 않은 점이다. 그룹위험에 어떤 항목이 포함되느냐에 따라 자본적적성의 수치가 달라지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법을 우선 통과시키고 시행령으로 디테일을 잡는다는데 이미 법이 통과된 거면 디테일은 감독자 마음 아니냐”며 “필요자본을 많이 잡을수록 기업이 발전을 위해 창의적으로 사용할 자본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그룹감독법 시행 전에는 미래 성장을 위해 과감하게 투자해왔는데 이제는 그 돈의 상당 부분을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쌓아둬야 하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개별 회사 감독은 그 회사의 건전성과 소비자 보호가 초점이고 그룹 차원의 감독(금융그룹감독법)은 집단 내 위험이 전이되는지, 금융을 불공정하게 활용해서 계열사 내 다른 회사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닌지 살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 교수는 “감독 항목(필요자본의 그룹위험 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해야 감독이 적절히 진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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