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카타르, 3년 7개월 만에 국경·영공 개방…미국의 이란 압박 영향

입력 2021-01-05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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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걸프협력회의서 합의 서명 진행…트럼프, 퇴임 전 이란 압박 위해 합의 적극 지원

▲카타르 에미르(군주)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가 2019년 12월 14일(현지시간) 카타르에서 열린 도하 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단교상태였던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는 4일 저녁부터 영공과 국경을 개방하기로 했다. 도하/EPA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가 단교한 지 3년 7개월 만에 국경과 영공을 개방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는 양국 간 합의를 위해 적극적으로 중재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4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아흐메드 나세르 무함마드 알사바 쿠웨이트 외무장관은 이날 쿠웨이트TV에 출연해 “오늘부터 사우디와 카타르가 서로에 대해 국경과 영공을 다시 개방한다”고 말했다. 그는 “쿠웨이트 에미르(군주)인 셰이크 나와프 알아흐마드 알자베르 알사바가 양국 사이를 중재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카타르가 사우디 영공을 지날 수 있게 되면서 이란에 내던 연 1억 달러(약 1083억 원)의 수수료는 사라질 전망이다. 이는 미국의 제재로 외화벌이가 아쉬운 이란으로서는 큰 손실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으로부터 해당 수수료를 차단하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오랜 목표”라고 전했다.

사우디와 카타르는 5일 사우디 알울라에서 열리는 연례 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의에서 합의에 대한 서명을 진행한다. 바레인과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정상이 참석하며 카타르의 에미르인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도 처음으로 정상회담에 참석할 예정이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정상회담은 우리 지역의 통합과 결속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고문인 재러드 쿠슈너가 국경 개방 협상을 도왔으며 정상회담에도 참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미국의 우방인 사우디는 2017년 6월 카타르가 이슬람 테러조직을 지원하고 이란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이유로 단교를 선언했다. 당시 이집트와 UAE, 바레인도 카타르와 단교했다. 하지만 카타르는 그런 사실이 없다며 “단교에 적법한 정당성이 없다”고 비판해왔다.

이들 4개국은 카타르와 국교를 재개하는 조건으로 △무슬림형제단 등 단체와의 접촉 차단 △테러 용의자 정보 제공 △카타르 국영 알자지라 방송 폐쇄 △이란과 제한적인 상업 거래 이외 교류 금지 등 13가지를 제시했다. 하지만 카타르는 주요 무역 파트너인 이란과 교류를 차단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며 외교 정책은 독립적인 것이라며 반발했다.

NYT는 트럼프가 퇴임하기 전 이란을 압박하기 위해 양국의 국경 재개방에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쿠슈너는 지난달부터 사우디와 카타르를 오가며 중재자 역할을 했고, 전날에는 합의가 파행될 위기에 처하자 직접 나서서 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 외무장관인 파이살 빈 파르한 왕자는 지난달 4일 ‘지중해 대화’에서 “우리는 지난 며칠 동안 (카타르와의 국경 개방에 관한) 중대한 진전을 봤다”며 “미국과 쿠웨이트 정부의 강력한 지지 덕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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