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생 김유진이 사는 법] ‘반칙 없는 사회’ 이뤄야죠…취업·결혼 벌써부터 불안

입력 2021-01-05 05:00수정 2021-01-07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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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더 센 녀석들이 온다…‘2002년생’이 사는 법

▲2002년생 윤종호(왼쪽부터)·하민재·박제현 군이 지난달 21일 서울 동작구 이투데이 eT라운지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90년대생 다음으로 어떤 세대가 올까. 스무 살을 목전에 둔 2002년생을 만났다. ‘꼰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즉각 웃음이 터졌다. 진절머리를 치는 이도 있었다.

이투데이는 12월 21일 박제현(18·불곡고), 윤종호(18·삼각산고), 하민재(18·자운고) 군을 만나 대담했다. 윤예진(18·서문여고), 오승주(18·서문여고) 양과는 전화 인터뷰를 했다.

‘꼰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오승주: ‘라떼는 말이야’라고 말하면서 일방적으로 늘어놓는 것만 아니면 어느 정도는 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인생 선배의 조언이라 생각하면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괜찮을 것 같다.

박제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면 바뀌기 힘드니까. 꼰대들이 말하는 게 완전 거짓말은 아니라고도 생각한다. 요즘 시대에 안 맞을 뿐이지. 어쩔 수 없지만 좀 난감할 때가 있다.

하민재: 좋은 꼰대와 나쁜 꼰대가 있다고 본다. 잔소리는 하는데 내 말을 이해해주는 꼰대는 좋은 꼰대, 잔소리도 이해도 안 해주고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꼰대는 나쁜 꼰대다.

윤종호: 중학교 때 선생님 한 분이 그랬다. 선생님의 권위를 내세우고 ‘선생님 말이니까 다 들어라’라는 식이었다. 본인이 남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고 과도하게 확신하는 사람, 그런 게 꼰대 아닐까.

하민재: 나도 ‘꼰대’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후배들한테서다. 매일 늦게 잔다고 하고 피곤해하니 ‘일찍 자보는 건 어떨까?’ 제안했었다. 꼰대 같다고 하더라. 당황스러워서 ‘나 꼰대야?’ 직접 물어봤다. 그냥 말투나 잔소리하는 게 꼰대라더라.

박제현: 일상 속에서 만났을 때는 솔직히 져주는 느낌으로 넘어간다. 어차피 이건 평행선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성세대들이 게임 때문에 성적이 낮다고 치부한다. 맞는 말일 수 있지만 게임만의 단점으로 보니까 그게 너무 싫었다.

윤예진: 똑같은 말을 전달하더라도 말투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꼰대식 발언이지만 좋게 얘기한다면 조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도 인생 선배로 겪은 게 있을 텐데….

윗세대들에서는 ‘공정’에 대한 요구가 크다

윤종호: 공정? 요즘 들어서 이슈가 된 건가? (조국 사태나 추미애 사태) 그냥 거의 모른다. 관심이 없었던 것도 있고 수험생이니 그런 내용에 관심 가질 시간이 부족했다.

박제현: 공정은 워낙 이해관계가 복잡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높은 사람들은 능력이나 업적에 맞게 배분되는 게 공정하다고 보는 거고, 아랫사람들은 공정하게 분배돼야 한다고 보는 것 같다. 서로 자기 입맛에 맞게 해석을 해버려서 절대 정리가 안 될 것 같다.

하민재: 더 나은 사람들이 성공해서 약한 이들과 나누고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좋은 사회니까. 그런데 거기서 나누지 않고 자기 것만 챙기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 자식 잘되라고 돈 주고 대학 가서 인맥 챙기고. 양심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윤예진: 아무리 인복이라 하더라도 도덕적인 선에서 복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아닌가. 조국 사태나 추미애 사태도, 솔직히 잘 생각을 해보진 않았지만 ‘부모의 마음이겠거니’ 이해는 간다. 하지만 그런 행동을 직접 하는 건 다르지 않나. 잘못됐다.

오승주: 어차피 결국 다 드러나지 않겠나. 그렇게 얻은 것들이 행복할까? 나라면 절대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 자기가 노력해서 얻은 것들과 ‘주작’(조작을 뜻하는 은어)해서 얻은 것들은 차이가 크다.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티가 날 것이다.

고3, 중요한 시기에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는데

윤예진: 수능 끝나고 알바(아르바이트) 지원을 15개 정도 했는데 아무 곳에서도 연락이 안 왔다. 경력이 없어서 그런 걸 수도 있다. 그렇지만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살기 힘들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윤종호: 이제 다 끝났다. 학기 초에는 좀 억울했다. 수련회를 못 가고 친구들이랑 얘기도 편하게 못 하고. 그런데 지금은 좀 이해가 된다. 그렇게 제한했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지금은 마냥 억울하진 않다.

박제현: 처음에는 선생님들도 학생들을 세게 잡았다. 쉬는 시간에 얘기하지 말고 카톡으로 대화하라고. 나중에는 그냥 평소대로 돌아갔다. 마스크 쓰라고 얘기하는 정도?

하민재: 우리 학교도 그랬다. 급식 먹을 때 한 칸씩 띄워 앉으니까 대화는 전부 다 사라진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친구들이랑 대화도 많이 못 하고 이질감이 들었다. 사태가 길어지면서 평소처럼 잘 놀았다.

윤예진: 성격이 밝은 편인데 집에 오래 있어 본 게 19년 인생에서 처음이다. 학교도 학원도 못 가고 집에만 있다 보니 무기력하고 우울해지더라. 아무리 힘들고 가기 싫어도 학교가 필요하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걸 알게 됐다.

오승주: 계획을 세웠을 때 예상치 못하게 계속 뒤로 밀려서 힘들었다. 그래도 지나고 보니 굉장히 특별한 고3 생활을 보냈다는 생각이 든다. 기억에 많이 남을 한 해다.

선거연령 하향으로 투표권이 생겼다(공교롭게도 다섯 사람 모두 생일이 지나지 않아 투표할 수 없었다)

하민재: 투표를 한다면…입에 발린 말이 아니라 신뢰가 보장되는지, 말을 제대로 지키는지 따져봐야 할 것 같다. 그런데 관심이 없다 보니까 어떤 당에서 그 인물이 어떤 실적을 남겼고 성취를 했는지 제대로 모른다. (투표권이) 생겨도 기권할 것 같다.

박제현: 투표를 해야 한다면 현실성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교 투표시간만 봐도 공약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니. 그래도 자본주의에서 일단 먹고는 살아야 하니 경제가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실패하면 복구하기 너무 힘든 사회다. 도전해본 건 아니지만 그냥 딱 봐도 그렇다. 사업만 실패해도 죽는다.

오승주: 투표권이 생긴다면…젊은 사람들일수록 특정 정당을 무조건 지지하는 경향은 없지 않나. 그래서 투표 전에 정당보다는 정치인의 공약 이행률을 따져보려고 한다.

윤종호: 중학교 사회 시간에 배우던 게, 교과서에서 보던 게 진짜 현실이 되니까 흥미롭다. 다들 너무 안 좋다고 하니까 경제를 좀 중요하게 봐야 할 것 같다.

윤예린: 내가 투표를 하게 된다면 일단 경제적인 면에서 다 같이 잘 먹고 잘살 수 있는 내용을 보려고 한다.

연애나 결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박제현: 결혼 안 하고 싶다. 이득 볼 게 없다. 해서 편해진 사람을 못 봤다. 책임감이 느는 게 약간 부담이 된다. 부양한다는 느낌이다. 요즘 워낙 20~30대 사람들이 힘들다고 한다. 저출산도 어쩔 수 없다. 나 힘들고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아이를 안 낳는 게 맞다고 본다.

윤예린: 주변을 보면 결혼하고 싶어 하는 친구는 손에 꼽을 정도로 없다. 나는 연애와 결혼에 대한 로망이 커서 하고 싶다. 눈 딱 떴는데 옆에 남자친구와 같은 침대에 있는, 그런 소소한 행복을 누려보고 싶다.

결혼하지 않으려는 친구들도 이해된다. 어머니가 전업주부인 친구들이 있다. 어머니는 집안일만 하시고 스스로는 챙기지 않으신단다. 자식만 뒷바라지하는 모습이 너무 마음 아파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친구도 많다.

하민재: 연애는 하되 결혼은 안 한다는 애들도, 아예 관심 없다는 애들도 있다. 대체로 결혼은 다들 꺼리는 것 같다. 살기 힘들다고 느끼고 경제도 아직 각자 먹고살기 바쁜 느낌이라.

윤종호: 연애는 하고 싶은데 결혼은 잘 모르겠다. 연애는 음…놀이동산 가고 데이트하는 이미지다. 결혼은 집에서 술 먹는 느낌? 그런데 집 장만이 점점 어려워진다고 하지 않나.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보이지 않고 의사, 변호사 같은 전문직이 아니면 어렵지 않을까.

오승주: 김연자의 ‘아모르파티’ 가사가 생각난다.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 아직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런 가사가 있으니 아 그런가보다 싶다. 요즘 사람들의 경우에는…무작정 사랑한다고 결혼했을 때 이후 닥쳐오는 현실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

본인의 10년 후는 어떨 것 같나

박재현: 내일도 상상이 안 되는데…망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예측이 안 된다. 얼마나 사회가 바뀌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민재: 시대 변화가 점점 빨라져서 필요한 것만 사회에 맞춰가야 하지 않을까. 큰 틀은 맞춰 따라가겠지만 세세한 건 어차피 못 맞출 것 같다. 나보다 지능이 뛰어난 인공지능이 만들어질 테니. 그냥 적어도 지금보다는 성장을 해보자는 그 방향이 맞는 것 같다.

박제현: 10년 전 스마트폰이 나왔다. 10년 만에 이렇게 바뀌었는데 앞으로 10년의 변화가 느려질 것 같진 않다. 빨라지면 빨라졌지. 쫓아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윤종호: 취업 준비하고 있지 않을까? 신입으로 다니고 있으면 좋고…직장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상황에 따라 아직은 잘 모르겠다.

윤예진: 서른 살이면…남자친구와 함께 웨딩숍에 가서 드레스를 찾아보고 결혼할 준비를 하지 않을까. 물론 탄탄한 직업이 있다고 가정해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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