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생 김유진이 사는 법] ‘20대 여성 정치인’은 여전히 국회에서 낯선 존재

입력 2021-01-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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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정 정의당 의원

많은 사람의 첫 질문은 ‘원피스’
옷차림에 출입 제재당한 적도
기성 정치, 청년·공정 논하지만
경쟁만 하는 사회 문제 제기해야
청년 여성 등 수식어 사라지고
다양한 정치인 많아졌으면…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새로운 선배 의원과 인사를 나누는 자리. 날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익숙하다. 21대 국회 평균 연령은 54.9세. 여성 비율도 17%에 불과하다. 전 국회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20대 여성 국회의원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난감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처음 국회에 입성했을 땐 출입을 제재당하기도 했다. 편한 차림의 어린 여성 의원이 익숙지 않은 탓이었을까. 50대 중반 남성이 평균인 국회에서 가장 ‘낯선’ 존재인 건 사실이다.

국회에 청바지, 원피스를 입고 오는 의원이 내가 처음은 아니었다. 본회의 발언대에 청바지를 입고 오른 의원도 있었고, 원피스를 입고 업무를 보는 의원도 왕왕 있었다. 낯선 게 튀어 보였던 거지 없던 게 아닌데. ‘청년 여성’ 정치인이라는 수식어가 없어지게 다양한 정치인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회 입성 6개월차. 그래도 이 낯섦에 서서히 사람들이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다. 만나는 사람마다 물어보던 ‘그 원피스’가 첫 번째 질문 리스트에서 사라졌다.

종종 문자가 온다. 대개 또래임을 밝히며 오는 문자들이다. 검색으로 어렵지 않게 내 번호를 확인할 수 있어서다. 법안을 발의할 때마다 메시지들이 온다. 본인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국회 안에 있는 것 같아 위로가 된다는 문자들이다. 고르고 고른 말들을 보다 보면 편지를 받은 것 같다. 사실 법안에 대한 질타도 적지 않다. 여기서 내가 잘해야 다음 청년 정치의 기회가 오려나.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누군가는 내 행보를 ‘쇼’라고 한다. 소수 정당이다 보니 큰 당을 움직이려면 신경 쓸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홍보해야 국민에게 전달되고 여론이 움직인다. 그마저도 없으면 어떤 목소리가 나오는지 전달조차 되지 않는다.

그런 목소리를 최대한 많이 담으려 한다. 코로나19까지 겹친 요즘, 특히나 청년들이 힘든 시기다. ‘먹고사니즘’에 대한 걱정이 가득하다. 기성 정치에서는 청년 이야기를 하고 공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되레 청년들이 공정 프레임에 갇히는 데 일조했다. 청년들이 타인의 행복에 박수를 쳐줄 수 없게 돼버렸다. 조국 국면에서 정의당이 낸 메시지 또한 이도저도 못했다. 공정은 경쟁을 전제로 한다. 공정에 천착하기보다 경쟁만 하는 사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야 하지 않았을까.

국회에 조금 적응해 나가는 것 같은데 세상은 아직 바뀐 게 별로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주변에선 첫술에 배부를 일 없다, 지치지 말라 응원한다. 청년 노동자 제도, 데이트 폭력, 임금체불방지법 등 할 게 많긴 하다. 나더러 청년 정치인, 여성 정치인이라 부르는데 청년 정치인이 청년정책만 하고 여성 정치인이 여성 정책만 하라는 법이 있나. 그래도 뭐…열심히 해야지.

※류호정 정의당 의원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재구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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