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떠나보낸 EU, 중국과 7년 만에 투자협정 체결 합의…중국시장 문호 더 넓어진다

입력 2020-12-3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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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통신 클라우드 등 시장 진출 확대
합작투자사 설립 의무 폐지·강제 기술 이전 금지
바이든 행정부, 출범도 전에 '뒤통수'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30일(현지시간) 화상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이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에 송출되고 있다. EU와 중국은 이날 투자협정 체결에 합의했다. 브뤼셀/AP연합뉴스
브렉시트로 영국을 떠나보낸 유럽연합(EU)이 투자협정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한층 강화하고 나섰다. 합작사 설립 의무 조항 등 중국 진출을 방해했던 요소들이 제거되면서 EU 기업들이 날개를 달게 됐다. 중국시장 문호가 더 넓어지면서 한국 등 전 세계 경제 전반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과 EU는 7년간의 협상 끝에 이날 투자협정 체결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 회의를 하고 나서 협정 체결에 합의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미셸 상임의장은 공동 성명에서 “중국은 EU 기업과 투자자에 전례 없던 수준의 시장 접근권을 약속해 기업 운영에 대한 확실성과 예측 가능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환영했다. 시 주석은 “EU와의 투자협정은 양측의 투자자들에 더 넓은 시장과 더 나은 기업환경을 제공할 것”이라며 “이번 합의는 개방에 대한 중국의 결의와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U 역내 기업들은 자동차에서 통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시장에 대한 접근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EU 기업은 전기자동차 등 청정에너지 차량과 민간 병원, 부동산, 통신과 클라우드 서비스 등 분야에 새롭게 진출할 수 있다.

외국 기업이 중국에 진출하려면 현지 기업과 합작투자사를 차려야 한다는 조건은 폐지되고, 중국 국영기업은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한다. 중국 정부는 외국 기업으로부터 강제 기술이전을 금지하고 자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과정을 투명하게 밝히기로 했다.

중국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노동권과 기후변화에 관한 조항도 포함됐다. 중국은 협정에 따라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준수하기로 약속했다.

7년 만의 투자협정 체결은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31일 밤 11시(그리니치 표준시)를 기점으로 영국과 EU의 브렉시트 전환 기간이 끝나 영국은 EU에서 완전히 벗어난다. 통관과 검역 절차가 새로 생겨 양측 기업들이 혼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영국은 물론 EU도 경제적으로 타격이 불가피하다.

영국이 나가면 EU는 인구의 12.9%, 국내총생산(GDP)의 15.2%(2017년 기준)를 잃게 된다. 영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주요 7개국(G7) 참여국이기 때문에 EU의 외교력 손실도 예상된다. 따라서 EU로서는 이를 상쇄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했다. 미국에 이어 EU 2위 무역 상대국인 중국은 양방향 상품 거래 가치가 하루 10억 유로(약 1조3378억 원) 이상이어서 위기 타개를 위한 파트너로 적합하다.

중국은 출범을 앞둔 조 바이든 차기 미국 행정부에 타격을 줄 수 있게 됐다. 중국은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중국 전선이 유럽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노력해왔다. 하지만 벨기에와 스웨덴 등이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테크놀로지를 배제하기로 하는 등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EU와의 투자협정 체결은 이를 반전시킬만한 요소다.

바이든 당선인은 동맹과의 연대를 통해 대중국 포위망을 좁히려 했으나 시작도 하기 전부터 핵심 동맹인 EU로부터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됐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는 22일 “중국의 경제 관행에 대한 우리의 공통된 우려에 대해 유럽 파트너들과 협의하길 바란다”고 말하며 견제 의사를 내비쳤지만, EU가 결국 중국의 손을 잡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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