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키운 OTT ②] 영향력은 커지는데 법적 근거 마련 '하세월'

입력 2020-12-3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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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간 중복 규제 우려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산업이 성장하면서 사용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방송사업자가 아닌 탓에 광고 등 심의 규제에서는 벗어나 있어 영향력에 걸맞은 책임을 이행할 수 있게 법적 기반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지난달 발간한 ‘VOD와 OTT 이용행태 추이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응답자의 52%가 OTT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절반이 OTT를 이용하는 것과 같다. OTT 이용률은 2017년 36.1%, 2019년 42.7%로 3년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시장도 같이 크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19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에 따르면 국내 OTT 시장 규모는 올해 7801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2014년 1926억 원에서 4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유튜브 광고 규제, 방심위 아닌 공정위가 나선 까닭 =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대로 OTT 산업이 더 탄력을 받았다. 극장 수요를 OTT가 흡수한 결과다. 극장의 위기가 곧 OTT에 큰 기회가 된 셈이다. 대표적으로 헐리웃의 대형 제작사 워너브라더스가 내년에 개봉하는 작품 전편을 워너미디어의 OTT인 HBO맥스에서 동시개봉한다고 선언한 점이 OTT의 영향력을 뒷받침한다.

OTT의 존재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지만, 그에 따른 책임은 제자리걸음이다. 책임을 부과할 법적 기반이 없는 탓이다.

일단 이들은 방송사업자가 아니다. 지상파, 종편, 케이블TV 등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과장, 간접, 위장광고, 조장방송 등을 이유로 제재를 내리지만, OTT는 이 같은 규제를 다 피해간다.

마찬가지로 과기정통부의 품질 평가도 피해간다. 과기정통부는 2018년부터 매년 유료방송서비스의 품질평가를 한다. 올해는 인터넷TV(IPTV(3개사)), 케이블TV(14개사), 위성방송(1개사)을 대상으로 시행해 23일 발표했다.

다만, 유튜브, 카카오TV, 네이버TV의 경우 통신서비스 품질평가와 함께 2018년부터 이용자 체감 품질을 측정 받고 그 결과가 공개되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향후 OTT 품질평가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에 관해 “검토 단계이며, 내년 품질평가 대상은 내년 3월 이후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 환경이 TV에서 웹·모바일로 넘어왔는데 규제 기관이 이를 못 따라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는 올해 국정감사 때도 지적된 문제로 방심위가 5년간 유튜브의 허위·불법광고에 대해 한 건도 제재하지 않은 점 등이 도마에 올랐다. 현행법에 따르면 온라인상 허위·불법광고에 대한 심의는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에 대해서만 이뤄진다. 식품을 제외한 다른 품목은 단속하지 못하는 셈이다.

올해 하반기 ‘유튜브 뒷광고’ 문제가 불거졌을 때 방심위가 아닌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칼을 빼 든 이유도 유튜브가 규제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이었다. ‘뒷광고’는 광고 또는 협찬이 아닌 것처럼 제품을 리뷰하는 콘텐츠를 뜻한다. 방송 광고는 방심위의 규제를 받지만, 부가통신사업자인 유튜브는 방심위의 제재 권한 밖이다. 다만, 정보통신심의규정 제6조(헌정질서 위반 등)와 제8조(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 등) 등처럼 사실왜곡, 혐오 콘텐츠가 올라왔을 때만 해당 콘텐츠에 대한 접속 차단을 할 수 있다. 즉, 유튜브 플랫폼에 대한 제재가 아닌 콘텐츠에 접속을 못 하도록 삭제 조치 등 시정요구를 하는 것이다.

◇결국 해 넘긴 OTT 입법 = OTT 관련 법 개정은 정부와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 OTT 산업을 진흥하고,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개정안은 OTT 사업을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으로 분류했다. 또, 과기정통부 장관은 해당 사업자의 신규 진입 신고, 사업 양수도 등의 신고를 받은 뒤 3개월 이내에 그 현황을 문체부 장관에게 통보하게 돼 있다. 10월 입법예고를 마치고, 현재 법제처 심사 중이다.

국회에는 영상진흥기본법 개정안이 이광재 더불의민주당 의원 대표로 발의됐다. 문체부와 논의해 발의된 법안으로 OTT를 포함한 영상미디어콘텐츠의 개념 등을 정립하고, 관련 산업을 진흥하기 위한 취지를 담았다. ‘영상진흥기본법’을 ‘영상미디어콘텐츠산업 진흥법’으로 변경하고, 온라인 영상 콘텐츠를 포괄하는 ‘영상미디어콘텐츠’의 개념을 재정립하는 등의 내용이다. 9월 발의돼 11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심사를 받았다.

각 부처에서 법안이 나오자 중복 및 정책 혼선 등 가능성도 제기된다. 향후 법적 기반이 만들어져도 OTT 소관 부처가 흩어질 우려를 낳는다.

부처 간 주도권 싸움도 여전하다. 지난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심사에서 영상진흥기본법 전부 개정에 관해 이광재 의원은 “과기정통부, 방통위에서도 이 법률에 대해서 각별한 관심이 있다”며 “그러나 과기정통부는 망을 중심으로 일하는 부서고 방통위는 방송통신 정책과 채널 정책이 핵심이라고 생각하며, 콘텐츠는 문체부가 핵심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임재주 문체위 수석전문위원은 “법률 간 중복 규제 등을 이유로 부처 간에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으므로 관계부처의 의견을 수렴해 합의점을 도출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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