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새해엔 이보다 더 나쁠 순 없기를

입력 2020-12-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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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영 부국장 겸 유통바이오부장

코로나19라는 경험해보지 못한 바이러스에 전 세계가 무차별 습격을 당한 코로나 원년이 어김없이 저물어간다. 코로나의 습격에 어느 누구 하나 힘들지 않은 사람이 없었겠지만 국내의 경우 가장 큰 고통을 받은 사람들은 누가 뭐래도 자영업자들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자주 이용해온 식당, 편의점, 미용실, 호프집 등 우리 이웃 상인들이 모두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고 가게 문을 닫을지 말지 한숨짓고 있다.

국내 자영업자들은 가뜩이나 과잉 경쟁에 노출돼 있던 터에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대책의 타격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연말 코로나가 더 기승을 부리면서 성탄 연휴를 앞두고 정부가 내놓은 ‘5인 이상 집합금지’라는 강력한 방역 대책에 자영업자들의 연말 장사는 말 그대로 폭망했다.

이들은 왜 우리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냐며, 같은 자영업자 중에서도 누구는 영업하고 누구는 영업 못하는 근거가 뭐냐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이번 집합금지 업종에 스키장은 포함되는데 놀이동산이나 골프장은 이용 가능하자 전국 스키장경영협회가 항의집회를 열었다. 성탄 연휴 기간에도 폐쇄된 해돋이 등 주요 관광지 대신 지방 관광지와 대형 놀이공원이 나들이객으로 꽉 차고, 일부 관광지는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로 인파가 몰린 장면들이 뉴스로 전해지면서 자영업자들의 울분은 쌓여만 간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방역 3단계를 실시하라고 촉구하며 청와대 국민청원글을 다수 게재했다. 지금의 2.5단계로는 문을 안 열 수도 없고 열어봐야 적자인데 그럴 바에야 차라리 확실하게 3단계를 해서 확진자가 줄어드는 게 지금보다 낫겠다는 것이다. “백화점, 놀이동산, 골프장은 안 닫고 서민 가게만 문 닫게 한다”, “9시 넘으면 코로나 걸리고 9시 이전이면 괜찮나”라는 댓글이 달리며 자영업자들의 설움이 폭발한다.

정부도 자영업자들은 위한 대책을 계속 내놓고 있다. 9월 재난지원금 지급에 이어 이번 집합금지로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들을 위해 집합금지 업종은 300만 원, 집합제한 업종은 200만 원, 일반 업종은 1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전 국민 1차 재난지원금 100만 원 중 소비에 쓴 돈은 30만 원 안팎에 그쳤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를 감안하면 소상공인들에게 직접적 지원이 돌아가는 것은 오히려 다행이다. 하지만 올 2월 이후 소상공인의 전년 대비 매출이 평균 60~70%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하니 이 버팀목 자금도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이라는 게 문제다.

은행 대출, 이자 유예 등 금융지원이 없으면 내년 중에 자영업 20% 이상이 적자 상태에 빠질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미 은행권은 9월 말까지 중기 소상공인들의 대출금 만기와 이자 상환을 연장 유예했고 이 기한은 내년 3월 말까지 한 차례 더 미룬 상태지만 추가 연장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내년 3월이라고 상황이 크게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 겨울이 간신히 지나고 코로나 백신도 아직 들어올지 말지 모르는 시점에 갑자기 거리두기가 완화될지도, 소비심리가 살아날지도 불확실하다.

우리나라는 유난히 자영업 비중이 높은 나라다.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 종사자는 25%다. 실물 소비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자영업자 550만 명에 가족까지 1500만~2000만 명 인구의 현실을 생각할 때 특단의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독일은 코로나19 와중에 나홀로 활황을 누리는 온라인쇼핑몰이 배송하는 상품마다 택배세를 내도록 해 이 재원으로 소상공인을 돕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온라인 쇼핑몰이 “공정한 경쟁의 문제”라며 반발하고 있어 도입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코로나 상황에서 번창하는 산업과 몰락하는 산업 사이의 간극을 최소한이라도 메울 수 있는 이런 창의적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한편에서는 자영업자에 대한 정부 지원에 박탈감을 갖는 국민들도 있다. 일부 국민들 사이에선 “나도 일자리를 잃었다”라거나 “나도 휴업에 월급 줄어들었는데 내 세금으로 자영업자만 돕는 거냐”라는 불만이 나온다. 코로나라는 위기가 닥친 지금 조금씩 양보하고 함께 극복해가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정부와 정치권이 앞장서 국민을 설득해야 할 몫이다. 물론 그럴 만한 능력이 있는지 의구심은 들지만, 그래도 새해를 맞으면서 희망의 씨앗을 품어본다. 새해엔 이보다 더 나쁠 수 없기를. h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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