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방구석]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장난감 '큐브'

입력 2020-12-22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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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밖에도 못 나가고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계신가요? 유튜브, 넷플릭스는 이제 지겹다고요? 여기 남다른 취미로 재밌는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독특한 취미로 가득한 '남다른 방구석'을 엿 보며 여러분의 일상도 다채롭게 꾸며보세요.

▲박요한 씨가 직접 제작한 큐브. 그는 '듀나메스 큐브 해법 연구소'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큐브 해법 영상, 구매 후기 등 큐브 관련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사진제공=박요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장난감은 무엇일까? 바로 어린 시절 누구나 함께한 추억이 있는 '큐브'다. 올해 9월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큐브의 첫 시작인 '루빅스 큐브'는 1974년 처음 만들어진 이래 3억5000만 개 이상 팔렸다.

'듀나메스 큐브 해법 연구소'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큐브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박요한 씨는 "조각들을 회전시켜 맞추며 즐기는 퍼즐이자, 기하학적인 모양으로 장식품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점"을 큐브의 매력으로 꼽았다. 아울러 그는 "보통 '큐브'하면 아이들 장난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정교한 구조를 가진 희귀 퍼즐(Twisty Puzzle)들은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빠른 시간 큐브를 풀어내는 '스피드 큐빙'은 하나의 스포츠로도 인정받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3x3x3 큐브가 스피드 큐빙에 주로 쓰인다. 현재 3x3x3 큐브 세계신기록은 2018년 중국의 두유셍(杜宇生·Yusheng Du) 선수가 세운 3.47초다. 2017년 세계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의 남승혁 선수는 평균 6.38초, 싱글 최고 4.86초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보통 큐브 하면 우리가 어린 시절 갖고 놀던 3x3x3 형태의 정육면체 퍼즐을 떠올린다. 하지만 정육면체는 기본이고 직육면체, 피라미드, 클로버 모양 등 큐브는 그 종류도 모양도 무궁무진하다.

큐브는 구조에 따라 크게 3종류로 나뉜다. 3x3x3 큐브처럼 면이 회전하는 '페이스 터닝'(Face-Turning) 큐브, 스큐브처럼 코너를 중심으로 회전하는 '코너 터닝'(Corner-Turning) 큐브, 헬리콥터 큐브처럼 가장자리가 회전하는 '엣지 터닝'(Edge-Turning) 큐브 등이다. 고난도 큐브 중에는 이런 특징들이 2가지 이상 섞인 경우도 있다.

박요한 씨가 주로 즐기는 큐브는 스큐비콥터 플러스(Skewby Copter Plus)나 바구아(Bagua)처럼 여러 종류가 섞인 특수 큐브다. 오랜 시간 고민하지만, 성취감은 크게 느낄 수 있는 고난도 큐브다. 박요한 씨는 "한가지 특징만 있는 퍼즐은 구조적으로 단순해 10~20분 정도면 맞춰 퍼즐로서 생명력이 오래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가 특수 큐브에 집중하게 된 건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걷기 위해서다. "어린 시절 정말 오랜 시간 고민해서 알아낸 개념과 공식이 2000년대 중후반에는 마우스 클릭 몇 번만으로 바로 알 수 있게 됐죠. 허탈감이 느껴지더군요. 그때부터 미개척지나 다름없는 특수 큐브에 손을 대기 시작했어요."

▲팔괘 모양을 가진 바구아 큐브. 출시 이후 2016년 11월 박요한 씨가 최초로 맞춘 큐브다. 박요한 씨는 큐브 커뮤니티에서 풀이법을 알려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방대한 풀이방법을 글로만 설명하는 데에 한계를 느껴 유튜브를 시작했다. (사진제공=박요한)

큐브를 처음 시작한다면 가장 기본인 2x2x2 큐브 또는 3x3x3 큐브를 추천한다. 박요한 씨는 "3x3x3 큐브 정도는 맞출 수 있도록 충분히 연습한 다음 자신의 성향에 맞추어 진로를 정하라"고 조언했다. 빠른 손놀림과 스피드를 즐긴다면 기록을 측정해서 실력을 늘리는 스피드 큐빙을, 느긋하게 답을 찾는 걸 즐긴다면 박요한 씨처럼 해법과 공식을 연구하길 추천한다.

남들이 만든 해법을 외우기보다 다른 길을 걷길 원했던 박요한 씨는 최근 직접 큐브를 만들기도 했다. 지금까지 제작한 유튜브 콘텐츠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직접 제작한 큐브(The Maze D Mod) 해법 영상을 꼽았다. 그는 "7x7x7 큐브를 변형해서 만든 수제 퍼즐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큐브"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박요한 씨의 큐브 진열장.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큐브를 시작한 박요한 씨는 어느새 직장도 다니고 결혼도 한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좋아하는 큐브로 남다른 방구석을 채워가고 있다. (사진제공=박요한)

박요한 씨는 "큐브는 결과에만 집착한다면 오래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아니라고 했다. 실제로 그는 큐브를 취미로 시작해 금새 그만두는 사람들을 접했다. 스피드 큐빙은 기록 단축을 위해 하루에도 수백 번씩 섞고 맞추는 반복 연습을 해야하고, 특수 큐브 풀이 역시 답을 찾기까지 오랜 시간을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조금씩 실력이 향상하는 과정을 즐기지 못한다면 큐브를 오래 즐기지 못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큐브를 좋아하고 그 과정 자체를 즐긴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취미다. 박요한 씨는 큐브를 어렵게 느끼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어떻게 하면 혼자서 그렇게 어려운 특수 큐브를 잘 맞추냐는 질문에 전 항상 이렇게 답합니다. 큐브가 섞이는 것을 두려워 마세요. 큐브는 장식품이 아닙니다. 오래 섞여 있으면 어떤가요. 맞출 때까지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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