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톡!] K-디스커버리 제도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입력 2020-12-2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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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영 특허법인 서한 파트너변리사

특허청과 벤처기업협회는 16일 한국형 증거수집제도 도입과 관련하여 중소벤처기업의 의견을 수렴하는 간담회를 개최하였다. 한국형 증거수집제도는 자료목록의 제출, 자료보존의무 도입, 전문가 증거조사 등 침해자의 증거개시의무를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미국 등의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디스커버리 제도와 대비되어 ‘K-디스커버리 제도’로 불리고 있다.

K-디스커버리 제도가 증거의 편재를 해결해 중소기업에 유리하다고 찬성하는 기업도 있지만, 소부장 업계에서는 글로벌 대기업의 특허소송 남발로 인해 득보다 실이 클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필자는 K-디스커버리가 장기적으로 한국 특허권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다만, K-디스커버리 제도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다음과 같은 사항이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

첫째, 특허 무효율이 낮아져야 하며 손해배상액이 현실화해야 한다. 현재 한국 특허권의 무효율은 40~50%에 육박하며, 특허가 유효하더라도 특허침해소송의 평균 손해배상액은 6000만 원에 불과하다. 소송을 제기해봤자 절반은 무효가 되고, 이긴다 하더라도 변호사 비용 제외하면 남는 것이 없다는 말이다. 미국의 평균 손해배상액이 65억 원인 것과 비교하면 천지 차이다. 다행히 작년 7월부터 고의 침해에 대하여 3배 배상제도가 도입되었고, 올해 12월부터 특허권자의 생산능력 초과분에 대해서도 합리적 실시료율 기준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돼 향후 판례를 기대해 볼 만한 상황이다.

둘째, 증거개시에 과도한 비용이 소요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미국은 손해배상액이 큼에도 불구하고 디스커버리 비용이 많게는 총소송비용의 30~40%를 차지하여 경제적 약자에게 매우 불리하다. 전문가 조사 및 포렌식 비용의 최소화, 비용 부담 주체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셋째, 변호사·변리사 및 전문가의 비밀유지 의무가 엄격히 지켜져야 한다. 참고로 미국 소송의 경우 상대방 자료 중 변호사에게만 접근이 허용된 정보(Attorney’s Eyes Only)로 지정된 내용은 자신이 선임한 변호사 및 전문가라도 이를 공개하지 않는다. 당연한 의무인 것처럼 보이지만 문화적으로 차이가 있는 한국에서 의외로 중요한 이슈일 수 있다.

이태영 특허법인 서한 파트너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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