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 소설’ 대가 존 르 카레 별세…향년 89세

입력 2020-12-14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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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등 인기작 다수 남겨

▲영국 소설가 존 르 카레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2007년 1월 10일(현지시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르 카레는 12일 영국 왕립 콘월 병원에서 폐렴으로 사망했다. 바르셀로나/EPA연합뉴스
스파이 소설의 대가로 꼽히는 영국 소설가 존 르 카레가 사망했다. 향년 89세.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르 카레는 폐렴을 앓다가 전날 영국 왕립 콘월 병원에서 사망했다. 르 카레의 출판 대행사인 펭귄랜덤하우스가 그의 타계를 확인했다.

르 카레의 본명은 데이비드 존 무어 콘웰로, 1931년 영국 남부 도싯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사기꾼으로 감옥을 자주 드나들었고, 어머니는 5살 때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르 카레는 젊은 시절 영국 정보기관인 M15와 M16에서 요원으로 활약했는데, 그는 어린 시절의 불안정한 기억이 스파이로서의 삶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그의 데뷔작인 1959년 ‘죽음의 유혹’부터 세 번째 작품인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는 모두 그가 정보 요원으로 활약할 때 쓴 작품이다. 특히 1963년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는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영국 정보국 수장이 이중 첩이 되기 위해 M16을 떠나 독일의 정보 당국에 취직한다는 내용을 담아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 알려지지 않았던 첩보 용어나 활동 등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어 그의 출세작으로 꼽힌다.

이듬해 전업 작가가 된 르 카레는 기존과 다른 스파이의 모습을 그리며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름을 날렸다. 이안 플레밍이 묘사한 007 제임스 본드가 신사적이고 도덕적이며 여왕에 충성하는 영국 스파이의 모습을 담았다면, 르 카레의 스파이는 선과 악이 모호하고 목적을 위해 때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입체적인 캐릭터를 구축했다.

티모시 가튼 애쉬 영국 왕립 문학협회 연구원은 “르 카레 소설의 진정한 주제는 스파이가 아니다”며 “나쁜 대의를 따르는 선한 사람과 선한 사람을 따르는 나쁜 사람을 그린, 인간관계의 끝없는 미로를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찬욱 감독이 제작한 영국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의 원작도 르 카레의 작품이다. 이 밖에도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와 ‘모스트 원티드 맨’ 등 자신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에 총괄 프로듀서로도 참여했다. 그는 자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에 카메오 출연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거장의 죽음에 전 세계는 애도의 뜻을 표했다. 소설가 스티븐 킹은 “그는 문학의 거인이자 인도주의 정신이었다”고 그를 기렸고, 칼럼니스트 겸 소설가 로버트 해리스는 “전후 위대한 영국 소설가이며 잊을 수 없는 독특한 인물이었던 그를 잃어 매우 괴롭다”고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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