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아파트에는 다 있는데 임대아파트에만 없다?…공공 미술 ‘1%법’

입력 2020-12-1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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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건축비 1% 미술 작품 설치하는 '1%법' 임대 아파트는 예외
미술계 "공공 미술은 모두를 위한 것…임대 아파트 구분은 '차별'"

▲서울 이촌동 한 아파트 단지에 설치된 조형물. 임대 아파트와 달리 민간 아파트나 공공 분양 아파트에서는 미술 작품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정대한 수습기자 vishalist@)

임대 아파트에도 예술 작품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1%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미술계에서 제기됐다. 1%법이란 전체 면적이 1만㎡ 이상 건축물을 건설할 때 회화·조각·공예 등 미술 작품 설치를 의무화한 제도다.

문화예술진흥법 제9조에 따르면 1만㎡ 이상 건축물을 신·증축할 때 총 건축비의 1%를 들여 예술품을 설치하거나 그 비용의 70%를 문화예술진흥기금에 출연하도록 해 일명 '1%법'라고 불린다. 공동주택은 물론, 문화·판매·운수·업무·숙박 시설 등 거의 모든 건축물에 1%법이 적용되지만, 현재 공공이 짓는 임대 주택은 이 의무 조항에서 제외된다.

미술계는 1%법이 공공 미술 진흥을 위한 법이라는 점에서 임대 아파트를 예외로 두는 건 취지에 어긋난다고 말한다.

한국미술협회 부이사장을 맡은 충남대학교 조소과 박찬걸 교수는 "작품 설치에 있어서 임대 아파트와 분양 아파트를 구분하는 건 임대아파트에는 미술 작품이 필요 없다 보는 것"이라며 "법 자체가 차별적 요소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LH 한국토지주택공사는 현행법에 따라 현재 임대 아파트에는 미술작품을 설치하지 않고 있다. LH공사 주택조경부 관계자는 “현행법상에는 임대아파트가 (1%법에) 포함되지 않아 미술 작품을 설치하지 않고 있고, 공공 분양 아파트에만 공모를 통해 작품을 선발해 설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1%법이 처음 도입된 건 지난 1972년이다. 프랑스를 비롯한 해외 선진국의 ‘1%법’을 모티브로, 공공 미술을 활성화하고 예술 작가들의 창작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처음 도입됐다. 처음 도입됐을 당시에는 권장 사항이었지만, 90년대 법 개정이 이뤄지며 1995년부터 의무 조항이 됐다.

1%법이 처음 도입될 당시에는 민간의 자율적인 경제 활동을 제약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법안이 도입된 지 20년이 지난 지금은 제도가 완전히 자리 잡았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2018년 건축물의 미술작품 거래 규모는 총 미술시장 거래 금액(4482억 원)의 23.7%(1064억 원)를 차지한다.

최근에는 많은 민간 아파트가 브랜딩을 목적으로 앞다퉈 예술 작품을 설치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유명 연예인이 거주하며 이름을 알린 고가 아파트 '한남더힐'은 단지 내에 예술 조형물을 대거 조성하며 고급화 전략을 폈다. 베르나르 브네, 린 채드윅, 쿠사마 야요이를 비롯해 국내외 작가의 작품 30여 점이 한남더힐 단지 곳곳에 설치돼 있다.

박찬걸 교수는 "요즘 아이들 사이에 휴거(휴먼시아 거지)라는 말이 도는데 참 서글픈 일"이라며 "임대 아파트에도 미술 작품이 설치돼 시민들이 오고 가며 공공 미술을 향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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