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임원인사로 본 유통·소비재 기업의 '디지털 전환' 전략

입력 2020-12-14 08:20수정 2020-12-14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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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강화 위해 순혈주의 깨고 외부 컨설턴트 출신 대표로 영입ㆍ젊은 피 수혈ㆍ임원 수 감축

디지털 전환을 앞둔 유통 소비재 기업들은 테크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너 나 할 것없이 젊은 CEO를 영입하고 의사 결정 속도를 높이기 위해 조직 슬림화에 나섰다.

전통적인 기업으로 보수적인 기업 문화를 유지해온 유통 소비재 기업들은 대부분의 인사가 내부 발탁이었다. MD부터 소싱, 마케팅까지 실전 경험이 풍부한 이들이 핵심 보직을 맡아 회사를 이끌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비롯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의 생존이 위협받게 되자 이제 순혈주의는 옛말이 됐다.

대신 업계와 회사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으로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젊은 컨설턴트 출신이 대세가 됐다. 이들에게 주어진 특명은 온·오프라인 융합이다.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이사
지난달 롯데그룹은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600여 명에 달하던 총 임원의 20%인 100여 명의 임원을 감축하는 초강수를 뒀다. 롯데칠성음료, 롯데지알에스, 롯데푸드, 롯데마트 등 13개 계열사의 대표가 일제히 물갈이됐다.

식품 BU장에는 롯데그룹의 식품 분야를 이끌었던 식품BU장 이영호 사장(61) 대신 50대인 이영구 롯데칠성음료 대표가 사장으로 승진했다. 앞서 8월에는 용퇴한 황각규 부회장 자리에 이동우 당시 롯데하이마트 대표(61)가 올랐다. 이어 롯데백화점은 기존 온라인사업부문과 온라인영업부문을 ‘e커머스 부문’으로 통합해 의사 결정 속도를 높였다.

이마트 역시 10월 인사에서 계열사 대표 6명을 교체하고 전체 임원 수를 10% 가량 축소했다. 아울러 조직 개편도 단행해 그로서리사업본부, 신사업본부, 테이타ㆍ인프라(DATA·INFRA)본부, 지원본부 등으로 조직 체계 전반을 재구축해 SSG닷컴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

신세계도 전체 임원의 약 20% 가량이 퇴임하는 등 임원 수를 축소하고, 본부장급 임원의 70% 이상을 교체하는 등 조직 전반에 큰 변화를 줬다. CVC(밴처캐피탈) 사업을 추진하는 신설 법인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 대표이사에 정유경 총괄사장의 남편인 문성욱 대표이사를 내정해 미래 먹거리를 찾는 중책을 맡겼다.

특히 롯데, 신세계 인사에서는 컨설턴트 출신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컨설팅 회사 출신은 전체를 바라보는 안목이 넓은 데다 때에 따라서는 조직에 칼날을 휘두를 수 있는 냉점함을 기대할 수도 있다.

롯데는 정기인사를 통해 롯데마트 수장에 강성현 대표를 임명했다. 1970년생인 그는 연세대 BCG(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유통·소비재프로젝트를 맡은 컨설턴트 출신이다. 수년 내 점포 50여곳을 없애기로 한 롯데마트의 구조조정 칼자루를 강 대표가 쥐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이사
신세계그룹도 지난해 창립 이래 처음 외부에서 발탁한 컨설턴트 출신 강희석 대표에게 올해부터는 SSG닷컴까지 책임지게 했다. 1969년생인 강 대표는 행정고시를 거쳐 농림수산부에 일하다 베인앤컴퍼니에 입사해 2009년부터 최근까지 이마트의 경영 자문을 맡아왔다.

강 대표는 취임 첫 해인 올해 수익성이 낮은 삐에로쑈핑과 부츠 등의 전문점을 과감하게 폐점시키는 대신 오프라인 위주의 경영 무게중심을 온라인 사업인 SSG닷컴으로 상당히 이동시켰다.

▲김승환 아모레퍼시픽그룹 대표이사
지난달 신임 대표로 승진한 김승환 아모레퍼시픽그룹 대표이사는 1969년생으로 직전 대표와 14살 차이 나는 젊은 피로 꼽힌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이어 코로나19 사태까지 악재가 겹쳐 실적 부진이 심화된 상황에서 대표에 오른 그는 9일 애널리스트 대상 전략 간담회에서 "오프라인 레거시(유산)를 내려놓고 오프라인 구조조정 및 공격적인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국내와 중국에서 이커머스 부문 매출 성장률을 3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오프라인 사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실시해 15년 차 이상 직원을 내보냈다. 중국에선 이니스프리 매장을 올해 141개, 내년엔 170개 폐점해 300개 매장만 남기는 등 임차료·인건비 등 오프라인 고정 비용을 최소화해 온라인 채널에 투자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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