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인에 백신 우선 접종’ 행정명령 서명

입력 2020-12-09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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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생긴다면 국방물자생산법 발동” 구체적인 행정명령 시행 방식은 아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백신 최고회의’에서 ‘백신을 미국인에게 우선 접종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워싱턴D.C./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자국민에게 우선 접종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백신 물량 확보를 위해 필요할 경우 국방물자생산법(DPA)까지 발동하겠다고 밝혔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백신 최고회의’에서 “미국인들이 미국 제약사의 백신을 접종할 우선권을 가지도록 보장하겠다”며 이 같은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문제가 생긴다면 DPA를 발동하겠다”고 말했다.

DPA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비상 상황에서 대통령이 일부 기업에 특정 물품을 생산하도록 지시하거나 우선 조달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 법의 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신의 ‘미국 우선주의’ 행정명령에 서명하긴 했지만, 화이자와 모더나 등 백신 제조사들이 이미 다른 국가와 공급 계약을 맺은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반출을 제한할지는 불분명하다. 백신의 신속한 개발을 위한 미국 행정부의 ‘워프 스피드 작전’을 이끌었던 몬세프 슬라위 최고책임자는 전날 “행정명령이 어떤 식으로 작동할지 모른다”며 “나는 이 문제를 피해오고 있다. 논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백신 최고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백신이 공급되면 사망과 입원 수가 빠르게 줄어들 것”이라며 “우리가 백신 개발을 발표할 몇몇 제약사들이 있다”고 자신했다. 이어 연말까지 백신을 손에 넣을 것이란 자신의 말을 비판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의 발언을 담은 영상을 상영했다. 파우치 소장과 바이든 인수위 소속 코로나19 대응팀은 이날 회의에 초대되지 않았다.

바이든 당선인의 코로나19 대응팀이 참석하지 않은 것에 대한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경합주에서 이겼고, 끔찍한 일들이 계속됐기 때문에 다음 행정부가 누구인지 봐야 한다”며 “차기 행정부가 어느 쪽이든 우리가 했던 일로 이익을 볼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다음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되기를 바란다”고 선거 불복 의사를 재차 밝혔다.

백악관은 사전에 “이번 백신 최고회의는 백신 개발 경위와 향후 규제 및 배포, 투여 방법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는 자리”라고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치적을 강조하는 발언이 쏟아져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에 대해 행정부가 올해 여름 화이자와의 선구매 계약에서 더 많은 양의 백신을 확보할 수 있었음에도 기회를 놓친 것에 대한 비판을 피하려고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는 내년 6월 말까지 모든 미국인에게 백신을 접종할 만큼 충분한 용량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추가 구매가 이뤄지지 않으면 백신 부족에 시달릴 우려가 있다. 정부는 내년까지 최대 30억 회분을 구매할 수 있는 옵션이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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