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탈(脫)원전 수정없이 탄소중립 실현 방도 있나

입력 2020-12-0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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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7일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월 국회연설에서 탄소중립을 선언한 데 따른 실행계획이다. 정부가 내놓은 전략은 저탄소 산업 육성, 에너지전환 가속화, 탄소 다배출 업종 혁신 지원 등의 방안을 망라한다. 제도적 기반 강화를 위해 ‘기후대응기금’을 조성하고, 탄소가격 체계를 재설계해 예산과 세제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탄소중립은 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을 상계한 순배출량이 0이 되는 ‘넷제로’ 상태를 말한다. 2018년 기준으로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은 7억2760만t인데, 앞으로 30년 동안 이를 대폭 줄이거나 획기적인 탄소저감기술을 개발해야 실현 가능하다. 탄소배출이 많은 제조업과 에너지 다소비 업종 비중이 큰 국내 산업구조의 저탄소 혁신이 필수적이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보다 석탄발전 의존도(40%)가 훨씬 높은 에너지믹스를 신재생 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구 차원의 기후위기에서 탄소중립은 새로운 국제질서이자 세계 공통의 지향점이다. 무역에 기댄 우리 경제와 산업구조도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것이 시급하고 반드시 가야 할 길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탄소중립이 2050년까지 달성 가능한지 의문이다. 정부 추진전략의 구호는 거창한데, 구체적 실행방안과 산업계와의 공감대가 결여돼 있다. 경제·사회 전반의 충격과 국민 부담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 대책의 준비도 이뤄지지 않은 채 무리한 목표를 밀어붙이는 모습이다.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우선 에너지 전환과 탄소배출형 산업구조 개편, 미래 모빌리티 혁신이 최우선 과제다. 어려운 일이다. 우리의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 화석연료 의존의 에너지 생산은 고탄소 사회다. 저탄소 구조로 바꾸는 과정의 고통이 클 수밖에 없다.

최대 걸림돌은 정부가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탈(脫)원전이다. 에너지 공급의 주력인 원전과 함께 석탄화력까지 줄이면서 어떤 방도로 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건지 전혀 계산이 서지 않는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하는데, 문제는 재생에너지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2050년 넷제로를 달성하려면 재생에너지 비중을 최소한 60% 정도로 늘려야 한다고 추산한다. 풍력과 태양광 에너지가 탄소를 배출하지 않지만, 발전량이 날씨에 따라 들쑥날쑥하고 막대한 전력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기저(基底)부하를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앞으로의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고, 정부가 뉴딜의 주력으로 삼는 DNA(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등 디지털 산업 진흥을 위한 핵심 기반도 결국 안정된 에너지 공급이다. 전력 수요의 폭발적인 증가가 예상된다. 선진국들은 이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첫 번째 대안으로 원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만 대책 없이 모순적 탈원전을 고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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