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제재는 피했지만 경영 차질 불가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이 2차 논의 끝에 삼성생명에 대한 '기관경고'의 중징계를 의결했다. 금감원 검사국이 사전예고한 기관경고 조치가 제재심에서도 받아들여진 것이다. 금융위원회에서도 중징계가 최종 확정된다면 삼성생명은 향후 1년 간 금융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 분야에 진출할 수 없다.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을 준비 중이던 계열사 삼성카드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금감원은 3일 제30차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대주주와의 거래제한(보험업법 제111조) 및 기초서류 기재사항 준수의무(보험업법 제127조의3) 위반으로 삼성생명에 대해 기관경고 조치를 내렸다. 금감원은 과징금 및 과태료 부과를 금융위에 건의하고, 임직원에 대해 감봉 3개월, 견책 등으로 심의했다.
제재심에 참석한 금감원 관계자는 "(사전 통보안 대비) 전체적인 틀은 그대로 의결됐고, 개인에 대한 감봉 등 견책 조치만 다소 변동됐다"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은 요양병원에 입원한 채 치료를 받은 암 환자 다수에게 입원비를 지급하지 않은 점에 대해 기초서류 위반으로 판단하고, 삼성생명이 전산시스템 구축 기한을 지키지 않은 삼성SDS로부터 지연 배상금을 받지 않은 점 등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기관경고를 사전 통보했다.
삼성생명 보험 가입자들은 약관상 암 치료를 위해 입원하면 입원비를 지급하기로 돼 있는데도 삼성생명이 요양병원이란 이유로 입원비를 주지 않는다며 수년간 분쟁을 이어왔다. 반면 삼성생명은 암의 직접적인 치료와 연관이 없는 장기 요양병원 입원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란 입장을 펴왔다. 삼성생명 측은 이날 제재심에서도 적극적으로 방어 논리를 펼쳤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산시스템 구축 기한을 지키지 않은 삼성SDS로부터 지연 배상금을 받지 않은 점도 중징계를 받은 요인이다. 금감원은 삼성생명이 삼성SDS의 이익을 위해 손해를 감수했다는 것으로 보험사는 대주주에게 경제적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자산을 무상으로 제공하지 못하도록 한 '보험업법'을 어겼다고 봤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금융감독원장의 자문기구로서 심의결과는 법적 효력이 없다. 추후 조치대상별로 금감원장 결재 및 금융위원회 의결을 통해 제재내용이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만약 금융위에서도 제재안이 확정된다면 삼성생명은 물론 삼성카드의 경영에도 비상등이 켜진다. 삼성카드는 대주주인 삼성생명에 대한 징계 건으로 금융당국의 마이데이터 심사가 보류된 상태다.
이번 조치는 직접적인 CEO 제재는 없었지만, 향후 거취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될 전망이다. 삼성생명, 삼성증권, 삼성자산운용 등 삼성그룹 주요 금융 계열사를 거치면서 올해 3월 부임한 전영묵 사장은 어려운 보험업황에서 실적을 올려야 하는 중책을 안고 있다. 삼성생명의 지속 성장을 위한 ‘신성장동력’ 발굴도 그의 과제다. 하지만 중징계가 최종 확정된다면 전 사장의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