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첫 백신 승인] 이민자 커플 30년 암 치료 열정의 결실

입력 2020-12-03 14:22수정 2020-12-03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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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엔테크 설립자 부부, 30년 암 치료제 연구 바탕 코로나 백신 개발
“코로나 백신 수익금, 암 치료제 개발에 재투자 할 것”

▲우구르 사힌(왼쪽)과 외즐렘 튀레지 바이오엔테크 설립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두 사람이 30년 간 매진해 온 암 치료제 연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출처 바이오엔테크 홈페이지 캡처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미국 화이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데 10개월이 걸렸다. 백신 개발이 일반적으로 3년가량 걸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눈부신 성과다. 이러한 성과 뒤에는 30년간 암 치료제 개발에 매진해온 터키 이민자 출신 부부의 열정과 노력이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바이오엔테크 설립자인 우구르 사힌과 외즐렘 튀레지 부부를 집중 조명했다.

이들은 1960년대 터키에서 독일로 이주한 터키 이민자 2세다. 사힌 박사는 1965년 터키 남부 이스켄데룬에서 태어나 4살 때 부모를 따라 독일 쾰른으로 이주했다. 그의 아버지는 포드자동차 공장에서 일했다. 튀레지 박사의 가족도 비슷한 시기에 독일로 이주했다. 외과의사 아버지를 둔 튀레지 박사는 자연스럽게 의사의 길을 걷게 됐다.

두 사람은 1990년대 홈부르크대학에서 처음 만났다. 대학에서 그들이 본 것은 화학 요법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해 고통받는 암 환자들이었다. 그들은 표준 치료법이 오히려 손을 쓸 수 없는 시점을 앞당긴다는 사실에 회의감을 느껴 암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기로 했다. 부부는 2002년 등기소에서 결혼한 뒤 연구소로 다시 돌아와 연구를 재개했을 만큼 백신 개발에 열정적이었다.

튀레지와 사힌 부부는 2001년 항체 요법을 개발하는 가니메드파머슈티컬스를 창업했다. 튀레지가 최고경영자(CEO)를, 샤힌이 연구책임자를 맡았다. 1996년 노벨 의학상 수상자이자 사힌의 동료인 롤프 칭커나겔 박사는 “사힌은 혁신적인 연구자이고, 튀레지는 사업 운영에 훌륭한 감각을 가진 의사”라고 평가했다.

2008년 두 사람은 항체 요법에서 mRNA(핵산)로 연구 영역을 넓히기 위해 바이오엔테크를 창업했다. 가니메드는 2016년 14억 달러(약 1조5414억 원)에 매각하고 그 돈을 바이오엔테크에 재투자한 것이다.

올해 1월 25일 중국에서 원인을 모를 전염병이 발생했다는 보도를 접한 뒤 사힌 박사는 10가지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을 설계했다. 그중 하나가 이날 영국 정부로부터 승인받은 ‘BNT162b2’다. 사힌 박사는 후보 물질을 설계한 후 헬무트 예글레 바이오엔테크 감독이사회 의장에게 찾아가 전염병 퇴치용 백신을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예글레 의장은 “우리는 암 치료제 연구에 묶여있었고 자본이 많지도 않았다”며 “매우 놀랐다”고 그 때를 회상했다.

바이오엔테크는 2월부터 주 7일 근무제를 도입하고 핵심 인력의 휴가를 취소하는 등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비상 체제 한 달 만에 현미경을 들여다보던 사힌 박사는 “백신 후보 물질을 개발했다”고 외쳤다. 하지만 여러 대륙에서 대규모 임상 시험을 진행하려면 대형 제약회사와 손을 잡아야 했다. 바이오엔테크는 3월 미국 대형 제약사 화이자와 협력 계약을 맺었고, 4월부터 임상에 착수했다.

모건스탠리는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13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사힌 박사는 코로나19 백신 수익금을 모두 mRNA 기술을 적용한 암 치료제 개발을 위해 재투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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