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코노미] 김태리처럼 돌아오는 청년은 없다…영화 '리틀 포레스트'로 보는 지방 소멸

입력 2020-11-2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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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코노미는 넷플릭스와 왓챠 등 OTT(Over The Top) 서비스에 있는 콘텐츠를 통해 경제를 바라보는 코너입니다. 영화, 드라마, TV 쇼 등 여러 장르의 트렌디한 콘텐츠를 보며 어려운 경제를 재미있게 풀어내겠습니다.

(출처=네이버 영화)

치열한 갈등도 숨 가쁜 전개도 없다. 대신 화면을 가득 채운 건 아름답게 피고 지는 사계절과 보기만 해도 침이 고이는 맛있는 음식이다. 배춧국, 수제비, 꽃 파스타, 아카시아 꽃 튀김, 감자 빵, 곶감 등…. 화면을 가득 채운 음식 때문에 혹자는 이 영화를 배고플 때 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동명의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리틀 포레스트'(2018)다.

영화는 주인공 혜원(김태리 분)이 서울살이에 지쳐 고향에 내려오면서부터 시작한다. 혜원은 열심히 공부했지만, 남자친구만 임용고시에 합격하고 본인은 떨어지면서 그에게 연락도 없이 고향으로 내려온다. 하지만 혜원이 말하는 고향에 내려온 이유는 "배고파서"다. 늘 1분 1초 고군분투하며 살아야 했던 서울살이에 몸도 마음도 배고파진 것이다. 그렇게 혜원은 고향에서 사계절을 보내면서 마음속 허기를 채워간다. 직접 키운 농작물로 한 끼 한 끼를 만들어 먹고,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고향 친구들과 마음을 나눈다.

▲혜원은 고향에서 초등학교 동창이자 친구인 재하(류준열 분), 은숙(진기주 분)과 함께 우정을 나누며, 서울에서는 채울 수 없었던 따뜻함을 마음 속에 쌓아나간다. (출처=네이버 영화)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경상북도 군위와 의성에서 촬영했다. 군위와 의성 모두 영화처럼 피고 지는 사계절이 아름다운 자연을 지녔다. 하지만 혜원처럼 이곳으로 다시 돌아와 자리 잡는 청년은 많지 않다. 두 지역은 젊은이들이 떠나 활기를 잃은 지 오래됐다. 올해 1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경북 의성군과 군위군은 평균 연령이 56.5세로 전국 기초단체 중 가장 높다. 새로운 사람이 태어나지 않고 평균 연령은 자꾸 높아지면서 지역 소멸 위험도 커지고 있다.

'지방소멸 위험지수'는 한 지역의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으로, 지역이 없어질 가능성을 분석한 지수다. 2014년 5월 도쿄대 마스다 히로야 교수가 일본의 지방 쇠퇴 현상을 분석하기 위해 내놓은 지표다. 이 지수가 0.5 미만이면 소멸 위험 지역으로, 0.2 미만이면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된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올해 5월을 기준으로 지방소멸 위험지수를 조사한 결과, 경북 군위군이 0.133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그 뒤를 바로 경북 의성군(0.135)이 이었다.

▲영화 속 혜원의 집은 실제 경상북도 군위에 있다. 군위는 전국에서 평균 연령이 가장 높고 지방소멸지수가 가장 높은 지역이다. (출처=네이버 영화)

실제로 '군위'라는 지명은 지도에서 곧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군위군이 대구광역시 편입 절차를 밟고 있기 때문이다. 군위의 대구 편입은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을 설득하면서 처음 거론됐다. 대구와 경상북도는 군위에 공항을 건설하는 대신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을 제안했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합의안이 7월 30일 타결됐다.

경북도는 군위군 대구 편입 기본 구상과 그에 따른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연구 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라고 23일 밝혔다. 경북도는 연구용역이 마무리되는 대로 내년 가을께 도의회 의견을 묻고, 이 내용을 행정안전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대구시의회 역시 비슷한 시기에 군위군 편입에 대한 의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시·도의회의 큰 반대가 없다면, 내년 말에는 법률 제정 등 편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군위 지역 주민들은 대체로 대구 편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단위 자치단체로 남아있는 것보다 광역시로 편입되는 것이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문제는 군위와 의성처럼 사라질 위험에 처한 지자체가 한두 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고용정보원 통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서 인구소멸위험 지역은 105곳에 달한다. 그중 92.4%(97곳)가 비수도권지역에 집중돼있다. 더욱 세심하고 적극적인 지역 발전 정책이 절실한 이유다.

▲혜원은 고향 집에서 마음 속 허기를 채워가면서, 어린 시절 알지 못했던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고 성장하게 된다. (출처=네이버 영화)

어린 시절 혜원은 엄마가 시골에서의 삶을 선택한 걸 두고 늘 못마땅해했다. 아침 등굣길마다 "나중에 서울 가면 꼭 버스정류장 바로 앞에 있는 집에 살 거야"라고 툴툴 대면서 말이다. 하지만 혜원은 고향 집에서 시간을 보내며 엄마가 왜 이곳에서의 삶을 선택했는지 이해하게 된다. "힘들 때마다 이곳의 흙냄새와 바람과 햇볕을 기억한다면 언제든 다시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엄마의 말을 뒤늦게 이해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서울의 발전에만 몰두하느라 지역의 흙냄새와 바람, 햇볕을 잊고 살았다. 덕분에 수도권은 인구 과밀화에 따른 대기 오염, 부동산 문제 등 또 다른 고민을 안게 됐다. 지역 균형 발전은 지역민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지방 소멸은 수도권의 문제와도 깊이 연결돼있다. 우리가 힘들 때마다 돌아가 다시 털고 일어날 수 있는 곳을 지킬 수 있도록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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