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ㆍ문 대통령 만난 왕이 "세상엔 미국만 있는게 아니다"

입력 2020-11-2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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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 앞세우며 '다자주의' 강조...바이든 정부 출범 앞두고 우회적 압박

▲<YONHAP PHOTO-2668> 기념 촬영하는 왕이-강경화 (서울=연합뉴스) 2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를 방문한 왕이 중국외교부장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 전 팔꿈치 인사를 하며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0.11.26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2020-11-26 10:51:44/<저작권자 ⓒ 1980-202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방한 중인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6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문재인 대통령과 잇달아 만나 한중 협력 강화와 한반도 주변 정세 등에 관해 논의했다.

왕 부장은 우선 이날 오전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장관과 만나 양국 현안들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그는 “한중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특히 지금 방역 협력, 경제·무역 협력, 그리고 지역의 안정을 지키기 위한 협력,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협력, 그리고 함께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수호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이 단계에서 해야 하는 것은 중한 FTA(자유무역협정) 2단계 협상을 조속히 추진하는 것"이라며 "중한 간에 해야 할 일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또 "물론 우리는 중한 외에 국제, 지역 정세를 고려해야 한다"며 "하지만 미국만 이 세계에 있는 게 아니고 일본도 유럽도 중동지역도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코로나19 대응 협력과 양국 간 고위급 교류, 한반도 정세, 지역 및 국제문제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왕 부장은 특히 경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미중 갈등 현안에 대한 중국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왕 부장은 전날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면담하면서도 코로나19 대책과 경제 회복을 위해 일본과 협력을 강화하고 싶다는 시 주석의 뜻을 전했다.

왕 부장이 이렇듯 경제와 외교와 연결해 양국 관계를 정비하려는 의도를 지녔다면 대중무역 비중이 높은 우리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왕 부장의 방한 목적이 한국이 미국으로 너무 치우치지 않도록 견제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향후 한미 관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내년 출범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중국 견제수단으로 동맹에 큰 비중을 둘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국으로서는 한국의 움직임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서는 북한의 도발을 막고 남북, 북미 대화를 재개할 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에 대해서는 "여건이 성숙하자마자 방문이 성사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여건'에 대해서는 마스크를 가리키며 “코로나19가 통제돼야 한다”고 했다.

한중 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시 주석 방한을 조기에 성사시키기로 했으나 최근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면서 방한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왕 부장이 이날 코로나 통제를 사전조건으로 못 박으면서 시 주석의 연내 한국 방문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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