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CSR] 정정윤 핸드스피크 대표 “농인 예술가, 나아가 농인 리더 세워지는 날이 목표”

입력 2020-11-2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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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농축제 ‘Clin d'Oeil 2021’ 초청…“우리 활동으로 한국 알릴 것”

▲26일 서울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정정윤 핸드스피크 대표가 ‘2020 함께하는 기업어워드 & CSR 필름페스티벌’ 수상자 사례발표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

“이 사회에 농인 예술가와 농인 리더가 많이 세워지길 바라며 핸드스피크를 설립했다. 언젠가 핸드스피크에도 농인 대표가 나왔으면 한다”

정정윤(35) 핸드스피크 대표는 26일 이투데이와의 만남에서 “11년 전 춤을 추고 싶은데 기회가 없다는 농인 청소년을 만나면서 2018년 핸드스피크를 시작하게 됐다”며 “우리뿐만 아니라 농인 후배들에게도 기회를 만들어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핸드스피크는 수어문화예술 콘텐츠를 기획ㆍ제작하는 농 엔터테인먼트이자 예비사회적기업이다. 농인 청년들의 문화예술 참여 부족 문제를 농인 아티스트들과 함께 주체적으로 풀어가고 있다.

이날 핸드스피크는 ‘2020 함께하는 기업어워드 & CSR 필름페스티벌’에서 기획재정부장관상을 받았다.

핸드스피크의 아티스트 20명은 모두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이다. 비장애인 아티스트는 없다. 다만 정정윤 대표는 ‘청인’이다. 단체를 경영하고 공연하는 데 필요한 전문용어에 수어가 없는 등 현실적 어려움에 그가 대표를 맡은 것이다.

정 대표는 “이러한 문제가 해결돼 농인이 핸드스피크 대표를 맡을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핸드스피크는 수어뮤지컬과 수어연극을 창작 및 공연한다. 수어 랩과 노래도 만든다. ‘BTS’의 노래 등 기존 곡도 커버하지만 창작하는 경우가 많다. 농인이다 보니 음악이 들리는 게 아니라 비트를 느끼며 랩과 노래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뮤지컬 ‘미세먼지’를, 올해에는 연극 ‘사라지는 사람들’을 무대에 올렸다.

단편영화도 제작한다. 이들이 만드는 영화에는 ‘말’이 없다. 수어로 대화해서다. 최근에는 수어캘린더 제작을 위한 펀딩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농 문화를 알리고 있다.

정 대표는 “농인 아티스트가 만드는 작품이지만 주제가 장애는 아니다. 비장애인과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잡고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에 농 문화를 가미했다”고 설명했다. 벨을 누르면 소리가 나는 게 아니라 조명이 켜지는 방식이다.

그는 “농인 청년들이 사회에 진출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보니 벤치마킹할 사례가 없고 기존 시스템에 없던 것을 시도해야 하는 게 어렵다”면서도 “농인 아티스트들이 무엇인가를 늘 해낸다는 것, 남들이 보기에는 더뎌도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활동 자체가 보람”이라고 말했다.

핸드스피크는 내년 프랑스에서 열리는 세계 농 축제 ‘Clin d’Oeil 2021’에 초청됐으며 이들의 활동으로 내년 주빈국에 대한민국이 선정됐다. 정 대표는 “작년에 열렸던 축제에는 ‘프레스’ 자격으로 참여했는데 이번에는 정식 초청된 것”이라 설명했다.

핸드스피크는 2016년, 2017년에도 일본과 홍콩에서 열리는 행사에 한국 대표로 초청됐다. 우리는 몰랐지만 이미 ‘국가대표’나 다름없는 활동을 하고 있던 것이다.

그는 “해외에 갔을 때 부러웠던 점은 다른 나라들은 정부와 기업의 지원이 많아 농인들이 꿈과 의지만 있으면 환경적 어려움이 없던 것”이라면서 “내년 세계 농 축제 참여를 통해 우리도 그렇게 될 것으로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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