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 "포럼으로 공론화ㆍ지식 축적 목표"

입력 2020-11-26 14:0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산업별 단체 모여 지난달 KIAF 설립…"객관성 바탕으로 문제 진단해야 설득 가능"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KAMA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산업계는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영 불확실성이 지속하고 있고, 정치권에서는 공정경제 3법(상법ㆍ공정거래법ㆍ금융그룹감독법) 등 업계에 파급력이 큰 법안을 연이어 추진 중이다.

이런 상황 속에 산업계의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창구를 자처한 단체가 새로 만들어졌다.

바로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이다. 지난달 13일 출범한 KIAF는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회장을 초대 회장에 선출하고 곧바로 활동에 돌입했다. 포럼을 열어 산업계 현안을 논의했고 정부, 국회와 만나 업계의 입장도 전달했다. 바쁜 한 달을 보낸 정만기 초대 회장을 23일 서울 서초구 KAMA 사무실에서 만났다.

◇산업군 포괄할 단체 필요=“과거와 달리 다양한 사람의 동의를 얻어야 할 이슈가 많아졌습니다. 개별 협회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정 회장은 복잡해진 정책 결정 과정이 산업계의 KIAF 설립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정책 결정에 당국자 한두 사람의 판단만이 작용했지만, 지금은 다양한 사회 구성원의 생각과 동의가 필요해졌다는 뜻이다. 공정3법을 논할 때도 정부, 여당과 야당, 기업, 시민단체 등 여러 당사자의 의견이 오가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견을 조율하고 설득할 대상이 늘어난 만큼, 다수 협회의 목소리를 대변할 광범위한 단체가 필요해진 것이다.

정 회장은 “규모가 큰 경제 이슈, 산업별 특수한 문제도 개별 협회가 목소리 내는 방식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라며 “이런 필요성 때문에 KIAF에 업계의 호응이 있었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했다.

실제로 KIAF에 동참하는 산업계 단체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자동차ㆍ기계ㆍ바이오ㆍ섬유ㆍ엔지니어링ㆍ전지ㆍ철강ㆍ중견기업 등 8개 단체로 시작한 KIAF는 회원사가 한 달 만에 15개로 늘었다. 백화점ㆍ체인스토어ㆍ디스플레이ㆍ반도체ㆍ전자정보ㆍ석유화학ㆍ조선플랜트 협회가 추가로 합류했고, 건설협회도 가입을 앞두고 있다.

이들이 갑자기 뜻을 같이한 건 아니다. 26개 업종별 단체들은 지난해 9월부터 산업계 공동 사안을 해결하고 해법을 논하기 위해 매월 포럼을 열어왔다. 시간을 거듭할수록 조사와 정책건의를 더 공식적, 체계적으로 추진해보자는 의견이 모이며 KIAF 창립으로 이어졌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초대 회장(왼쪽 8번째) 등 회원단체 대표들이 10월 13일 개최된 출범식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유창욱 기자 woogi@)

◇‘객관성’ 바탕으로 지식 모으는 연합체=정 회장은 KIAF가 경제단체가 아님을 수차례 강조했다. 이름에서 드러나듯 ‘포럼을 통해 여론을 형성하고 지식을 축적하는 연합체’가 KIAF의 정체성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경제 5단체(전국경제인연합회ㆍ대한상공회의소ㆍ한국무역협회ㆍ한국경영자총협회ㆍ중소기업중앙회)는 산업계의 목소리를 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아왔다. 하지만, 과하게 대기업의 이익을 옹호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정 회장은 기존 경제단체가 산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에만 머무른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는 “어떤 이슈를 제기할 때 결론만 주목받는 느낌을 받았다”라며 “‘왜 문제가 있는지’가 아니라 '반대 성명을 냈다'라는 식의 결론 위주로 논의가 진행됐는데, 이는 다른 입장을 가진 이들을 결코 설득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객관성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문제를 진단하고 이유를 제시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산업계의 목소리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KIAF의 역할도 정확한 현안 진단과 지식 축적에 맞춰져 있다.

정 회장은 “KIAF가 추구하는 목표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라며 “많은 사람의 지혜를 모으고, 투명하게 여론을 형성하며 지식을 창출하자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하면 답은 나오게 돼 있다. KIAF는 팩트(fact) 위주로 지식을 발견하고 전파하는 역할을 맡고 싶다”라고도 했다.

▲7월 28일 개최된 4회 산업발전포럼에서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장이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KAMA)

◇팩트 앞세워 이슈 공론화ㆍ설득 이뤄=KIAF는 객관적인 조사와 논리를 통해 공정거래법ㆍ상법 개정안 도입의 문제점을 공론화하고 정치권을 설득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9월 개최된 5회 산업 발전포럼은 공정거래법ㆍ상법 개정안 이슈를 다뤘다. 포럼에서는 지난해 현대차 주주총회에서 경쟁 기업 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한 엘리엇 펀드가 예시로 언급되며, 상법 개정안이 통과돼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되면 이와 같은 일을 방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시됐다. 특히, 이를 두고 “적군이 아군 작전회의에 참석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라는 정 회장의 발언은 크게 회자되며 이슈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했다.

정 회장은 “공정경제 3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에 관해서도 정치권과 대화를 해봤다”라며 “모두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었고, 보완할 생각도 갖고 있어 문제가 잘 해결되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이어 “팩트를 바탕으로 설명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강조하기도 했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KIAF) 회장은 장기적으로 KIAF를 미국 헤리티지재단 같은 산업계의 씽크탱크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입법 문화 개선 주목ㆍ씽크탱크 정착이 목표=정 회장은 공정경제 3법 등 현안 이외에 주목하고 있는 이슈로 입법 문화 개선을 꼽았다. 국회의원들이 지나치게 발의 건수를 늘리는 데 집중하는데, 많은 입법이 아니라 제대로 된 법안을 만드는 사람이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25일까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제출된 법안은 5778개에 달한다. 21대 국회의 법안 접수가 시작된 6월 1일 이후 178일 만의 기록이다. 하루 평균 32건의 법안이 발의된 셈이다.

정부가 의원을 통해 법안을 발의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정부가 직접 입법을 하려면 법제처 심사, 공청회, 차관 회의 등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의원을 거쳐 우회 입법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결국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졸속 법안이 속출하는 폐단으로 이어진다.

정 회장은 "산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법이 쏟아지면 기업은 대응하기가 어렵다. 이런 관행은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장기적으로 KIAF를 미국 헤리티지재단 같은 산업계의 씽크탱크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이를 위해 매월 꾸준히 포럼을 개최하며 새로운 원천 지식을 쌓아갈 계획이다. 나아가 기업과 국가의 경제연구소와 협력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객관성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팩트와 객관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기업만 대변하다 보면 팩트를 말해도 믿어주지 않습니다. 양치기 소년이 돼 버리는 거죠. KIAF는 포럼에 금속노조 관계자도 항상 모시고 있습니다. 양쪽의 의견을 모두 듣고 공론화하는 작업이 정말 중요합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