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대우조선 실사 언제 하나

산은과 노조 교섭 성사 여부가 관건

-실사 마무리 전 본계약 체결 한화에게 부담

대우조선해양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인 한화컨소시엄의 대우조선에 대한 정밀실사가 지연되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컨소시엄은 지난 14일 산업은행과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19일 이행보증금까지 납입했지만, 가장 중요한 본실사를 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대우조선 노조가 산은에 제출한 요구안을 바탕으로 교섭을 벌이고 있다"며 "노조에서 선교섭을 주장하고 있어 실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산은도 노조의 요구안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은 밝히고 있지만 노조 요구 수용 여부에 대한 확약을 하고 있지 않아 자칫 실사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노조는 이와 관련 "산은과 한화는 노조의 요구안에 대해 검토할 시간이 충분히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검토가 덜 됐다고 둘러대며 서로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어 "산은이 책임을 회피하거나 무성의하게 교섭에 임한다면 또 다른 전술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노조와 산은의 교섭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할 경우 실사개시 시점이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도 남게 됐다.

노조는 특히 "매각 과정에서 산은은 대우조선의 발전과 전체 구성원의 생존권보다 '돈벌이'에만 눈 먼 산업은행은 각성하고, 매각진행과정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처럼 본 계약 체결을 위한 정밀실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지만 한화는 다소 느긋한 입장이다. 우선 노조가 교섭대상으로 삼는 곳이 산은이기 때문에 실사가 늦어진다고 하더라도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입장이기 때문.

또한 산은과 한화는 MOU를 통해 실사가 마무리 되지 않은 채 본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본 계약 체결이후 남은 일정의 실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본 계약 체결 이후 남은 실사를 진행한다는 부분이 한화측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비록 본 계약을 체결하고 남은 실사를 마무리 한 뒤, 인수대금을 조정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충분한 실사 없이 본 계약을 맺는 것 자체가 한화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한화그룹은 노조 요구안 중 ▲회사 주요자산 처분 금지(5년) ▲자본구조의 변경금지(5년) ▲계열사 간 지급보증ㆍ자금대여 금지(3년) ▲당기순이익 20% 이상 배당금지 등은 '경영권 간섭'이라며 수용 의사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노조와의 갈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화 관계자는 "노조와 원만하게 교섭한다는 원칙이지만 무리한 요구를 수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일각에서 정밀실사를 시작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은 알고 있다"며 "하지만 실사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12월에 시작해도 MOU 상에 명기한 대로 3~4주 실사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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